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0일 페이스북에 1980년대의 대표적 운동권 가요 ‘죽창가’를 올렸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인 2019년 7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날(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조 전 장관을 겨냥해 ‘죽창가’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인 2019년 5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 보좌진과 식사를 함께한 뒤 걸어서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현 정책실장, 문 대통령, 고민정 대변인, 조국 민정수석,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연합뉴스

조 전 장관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윤석열씨의 역사의식 없는 대선 출마 선언을 접하고 다시 올린다’며 ‘죽창가’를 올렸다. 이보다 한 시간 전에는 “(윤 전 총장의) 일본 정부와 유사한 역사 의식에 경악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2019년 7월 13일 죽창가를 (페이스북에) 올린 사람으로서 윤석열씨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윤 전 총장에게 세 가지 질문을 했다.

질문은 ▲귀하는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노동자 판결에 동의하는가? ▲귀하는 일본 정부가 일으킨 경제전쟁을 문재인 정부 또는 한국 대법원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귀하는 2년간의 한일 무역전쟁 이후 한국 기업의 기술자립화 수준이 높아졌고, 전체적으로 보아 한국이 이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을 겨냥해 '죽창가'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자, '죽창가'를 다시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조 전 장관의 이 같은 반응은 윤 전 총장이 최악 상태인 한일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원인 중 하나로 ‘죽창가’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던 2019년 7월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하자 ‘죽창가’를 올리는 등 일본 비판에 앞장섰다.

이날 윤 전 총장은 “외교는 실용주의, 실사구시, 현실주의에 입각해야 하는데 이념 편향적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면서 “지금 한일관계가 수교 이후 가장 열악해졌으며 회복이 불가능해질 정도까지 망가졌다”고 말했다.

2019년 7월 13일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페이스북 글. /인터넷 캡처

그러면서 한일관계를 풀 방법에 대해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한일 안보협력, 경제·무역 문제, 이런 현안들을 전부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미 관계처럼 한일 관계도 국방·외무, 외무·경제 등으로 해서 2+2나 3+3의 정기적인 정부 당국자간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의 이 발언에 대해서도 트위터에서 “현 정부 때문에 한일관계 망가졌다?”는 글을 쓰며 반박했다.

윤 전 총장이 ‘죽창가’를 말하면서 조 전 교수를 겨냥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망발”이라며 거센 비난이 나왔다.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죽창가 대목에서 제 눈을 의심했다. 그 역사 인식의 천박함이, 그런 망발을 윤봉길 기념관에서 할 수 있는 무감각이 충격적이었다”며 “착잡하다”고 했다. 우원식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도가 한참 지나친 망발”이라며 “윤 전 총장이 굴종적 한일관계에 매몰된 일부 극우식 역사인식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죽창가'를 말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자, 세 가지 질문을 했다.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