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의 출정식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취재석 외 별도의 자리가 마련돼 있지 않았지만, 윤 전 총장 측 관계자와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20여명을 비롯해 열성 지지자들까지 5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이 시작한 오후 1시가 되기 전부터 매헌 기념관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인근 지하철역인 양재시민의숲역 5번출구 앞부터 기념관 입구까지 150m 거리에는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 100여개가 빼곡히 줄지어 있었다. 윤 전 총장의 팬클럽인 '열지대'와 '윤사모' 화환부터 개인 명의로 된 화환들에는 '윤석열님 대통령 꼭 되어 달라', '나라를 바로 세워주십시오' 등의 문구가 적혔다. 모여든 지지자의 대다수는 중·장년층이었는데 꽃 목걸이를 들거나 한복을 입은 지지자도 눈에 띄었다.
화환이 있는 인도의 반대편에는 현수막이 걸렸다. 기념관 바로 앞까지 걸린 30여개의 현수막에는 '불안한 대한민국, 윤석열을 부른다', '정의와 공정,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어달라', '사랑해요 윤석열' 등이 적혔다. 기념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가슴 한쪽에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공정·정의·상식'이라고 적힌 배지를 하거나, '공정·상식'이라고 적힌 손깃발을 들고 있었다. 지지자들은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연호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20여명도 기념관을 찾아 행사 시작 전 윤 전 총장과 인사를 나눴다. '윤석열 충청 대망론'을 주장해 온 정진석 의원과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로 알려진 권성동 의원,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인 윤두현·윤주경·윤창현 의원 등이 자리했다. 이날은 같은 당 홍준표 의원이 복당 이후 당내 대선주자로서 첫 공개 일정을 여는 날이었지만, 윤 전 총장의 출정식을 찾은 것이다.
정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축하드린다"며 "큰 용기 내시기 바란다"고 했다. 권 의원도 "이제 자주 보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출정식을 찾은 의원들에게 "국정이 바쁜데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줘 영광이다"라며 "망가진 나라를 의원분들과 함께 바로 세우도록 혼신의 힘을 다 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매헌 기념관 앞 계단에서 함께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출정식은 1시간이 조금 넘게 진행됐다. 윤 전 총장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며 자유민주주의·공정·법치를 다시 세우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코로나19 방역을 고려해 건물 내부는 행사 관계자와 취재진 등만 입장이 가능했기 때문에 기자회견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18명의 기자가 질문권을 얻어 질문했고,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나 장모 관련 의혹 질문 외에도 경제·외교 정책에 대한 질문 등도 비중 있게 나왔다.
윤 전 총장의 출정식 자리에는 취재석만 있어 기념관을 찾은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발길을 돌렸다. 다만 수백명의 지지자들은 더운 날씨에도 밖에서 윤 전 총장을 기다렸다. 윤 전 총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지자들 앞에 나서서 "감사하다"며 "국가의 기본을 세우고 나라를 정상화하겠다는 열망으로 오늘 모이신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다 함께하면 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까지 말한 윤 전 총장은 인파를 뚫고 준비된 차를 타고 기념관을 빠져나갔다. 몰려든 인파로 인해 윤 전 총장은 기념관 입구에서 차량이 준비된 곳까지 약 20m를 이동하는데 5분이 넘게 걸렸다. 이 과정에서 프레스 라인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인파에 밀리며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지난 9일 윤 전 총장의 퇴임 이후 첫 공개 행보였던 우당 이회영기념관 개관식 현장과 비슷한 혼란이 재현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60대 남성 지지자 한명이 인파에 밀리며 실신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일도 벌어졌다.
이날 기념관에는 보수 유튜버 40여명이 현장을 누비기도 했다. 이들은 간혹 윤 전 총장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빨갱이 내보내라", "나가라" 소리를 치기도 했다. 일부는 윤 전 총장 지지자들에게 "윤 전 총장은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사람인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미안하지도 않냐"고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