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복당 후 첫 공개 행보를 갖고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홍 의원은 같은 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도덕성 검증’을 언급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인뎁스 조사 결과 국민보고 및 미래비전 추진 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의원은 이날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연 국민보고대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대선 출마 선언 계획을 묻는 말에 “경선 일정이 나오면 경선 시작 직전에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홍 의원은 ‘오늘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는 “우리 당에 들어와서 당내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옳다”며 “상호 경쟁하고 정책 대결도 하고 도덕성 검증도 하고 그렇게 해서 경선 절차에 참여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앞서 홍 의원은 ‘윤석열 X파일’을 언급하며 윤 전 총장을 ‘인터넷 쇼핑몰 신상품’에 비유하고 “신상품이 배송되면 직접 보고 흠집이 있으면 반품하지 않냐”고 했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에 불복해 탈당한 뒤 지난 24일 복당한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첫 공개 행보로 자신이 6개월 동안 전국 8182명을 상대로 진행한 심층면접조사(인뎁스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대한민국 미래비전 - 국민에게 듣는다’라는 제목의 조사보고서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가운데 48.3%가 나라의 미래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8.9%에 그쳤다. 또 조사 대상자들이 뽑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제 성장이 21.1%로 1위에 올랐고, 정치개혁(20.4%), 저출산·고령화 해결(17.9%), 국민갈등 해소(14%), 빈부격차 해소(11.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조사 대상자들은 경제 문제에서 일자리 창출(29.1%)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고, 집값·부동산 문제(26.2%), 4차산업 육성 등 미래 먹거리 준비(14.8%) 등을 후순위로 꼽았다.

홍 의원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미래를 위한 번영, 기회를 위한 공정, 모두를 위한 안전, 희망을 위한 행복”이 ‘4대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유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재건축은 원하면 하게 해줘야 한다. 내 집이 낡아 부수겠다는데 국가가 못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배급제도 아니냐”며 “거기에 집착할 게 아니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서민복지 쪽으로 가자”고 했다.

홍 의원은 사회 제도에 대해서는 “흉악범에 한해 사형 집행해야 한다”며 “그래야 사회 안전망이 생긴다”고 했고, 정치 개혁과 관련해서는 “향후 개헌 때는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병역 문제와 관련해서는 “복무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아무런 혜택도 없이 군복무를 강요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번 발표는 8200명에 달하는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가 하는 것이었다”며 “오는 8월 말쯤에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미래비전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전국 순회 일정도 짤 계획이라고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웃음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대표는 축사에서 “비빔밥의 고기부터 당근까지 준비해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오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보고서를 바탕으로 국민이 원하는 구체적이고 입맛에 맞는 공약과 정책을 만들어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홍 의원의 발표회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김기현 원내대표, 한기호 사무총장, 서범수 비서실장과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등 당 지도부가 참석했고 조해진, 송석준 의원 등도 참석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여명이 자리했다. 안철수 대표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축하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날 공식 출마 선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와 관련, 홍 의원 측은 “이번 행사는 복당 전부터 예고했던 것”이라며 윤 총장의 일정과 무관하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