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9일 33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고 5차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관련, 정부 측에 “대안 검토 등 협조를 부탁한다”며 사실상 수정 의지를 내비쳤다.

민주당은 당초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해왔다. 반면 정부는 소득 상위 30% 가구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양쪽이 한 발씩 물러서 소득 하위 80% 가구에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민주당의 이같은 선전포고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급 대상이 전 국민 또는 소득 하위 90% 가구로 변경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2차 추경안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긴급재난지원금 대상 확대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대안 검토 등 정부 측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했다. 국회 심사 중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확대해 추경 규모를 증액하려면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협조하라며 사실상 정부를 압박한 셈이다.

박 의장은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야당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이 수정된 내용으로 갈 여지는 있다”며 전 국민 지급 확대 가능성에 대해 “다 열려있다”고 했다. 박 의장은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데 까지) 한번도 (추경안을) 건들이지 않고 통과된 적이 없다”며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변동될 여지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작년 4·15 총선 직후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는 총선 전 소득 하위 70%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추경안을 편성,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선거 기간 중 민주당은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선거 압승 후 정부의 반발에도 4인 가구에 100만원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추경 규모는 4조6000억원 가량이 증액됐다.

이에 민주당이 정부와 추경 편성에 합의하자마자 수정 의지를 내비친 것이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전날 “전 국민 소비 진작을 빙자한 내년 대선용 매표 전략”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5차 재난지원금을 상위 1프로 부자에게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매몰된 포퓰리즘”이라고 했으며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모두에게 나눠주는 게 공평이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단순논리”라고 했다.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은 전 국민 지급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민주당은 일단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의장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주장하는 분들이 당에 있기 때문에 정책 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지급 대상 논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은 추경안을 수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며 “최소 ‘소득 하위 90%’로 지급 대상 기준이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