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최재형 감사원장 사의를 9시간 만에 수용했다. 이는 같은 야권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윤 전 총장과 비교된다. 윤 전 총장 사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1시간' 만에 수용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사의 수용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이날은 문 대통령이 최 원장을 작심 비판했다.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50분쯤 최 원장 사의를 수용하고, 감사원장 의원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9시쯤 감사원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최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지 약 9시간만에 수용한 셈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검찰총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정만호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같은 날 오후 3시15분 문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약 1시간만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으로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1시간 만에 수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의 수용과 면직안 재가 절차도 다르다. 윤 전 총장의 경우 일단 사의를 수용한 후 사표 수리 절차기 이뤄졌다. 반면 최 원장의 경우 청와대는 사의 수용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문 대통령이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시점은 임기를 4개월여 앞둔 시기였다. 당시 정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을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습니다"라는 짤막한 문장으로 알렸다. 그러나 최 원장의 경우는 달랐다. 문 대통령은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며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된다는 점은 같지만, 중도사퇴에 이르게 된 과정이 다르다는 인식 때문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법무부가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렸다가 법원 결정으로 효력이 정지되는 등 큰 사회적 혼란이 일었다.

지난 3월 4일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조선DB

반면 최 원장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감사를 하는 과정과 감사 결과 발표 후 여권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심각한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또 감사원장이 정치적 이유로 중도 사퇴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과거 감사원장이 국무총리 지명, 정권 교체 등으로 중도 사퇴한 사례를 열거했다. 이어 "(최 원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스스로 중도 사퇴한 것은 전대미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