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청와대 제공

김기표(49)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경기 광주시 송정동에 도로와 연결돼 있지 않은 맹지(盲地)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김 비서관은 이곳 임야 두 필지와 붙어 있는 땅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재산을 신고할 때 누락한 것으로 27일 나타났다.

이 땅은 2년 전 지목이 ‘임야’에서 ‘대지(대)’로 변경됐다. 주택이나 상가를 지을 수 있는 개발이 가능한 땅이 됐다는 뜻이다. 공직자윤리법 22조는 고위 공직자가 재산신고를 누락하는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해임 또는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前 땅주인 김모씨, 2016년 땅 사들인 뒤 김기표 비서관에게 넘어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6월 고위공직자 수시재산등록사항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경기 광주시 송정동 413-166번지(1448㎡)와 413-167번지(130㎡) 등 2개 필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그런데 조선비즈가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김 비서관은 두 필지와 붙어 있는 413-159번지(1361㎡)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 세 필지의 위치(붉은 색 사각형 안). 이 중 임야에서 토지로 지목이 바뀐 413-159번지는 재산신고에서 누락됐다. 도로가 연결돼 있지 않지만, 수목이 제거돼 맨 땅이 드러나 있다. /카카오맵 캡처

세 필지 모두 김모(40)씨가 2015년 10월 ‘우리경매리츠’로부터 사들인 땅이다. 원래 413-159번지 한 필지였으나, 김 비서관이 땅을 매입한 뒤 두 달 후인 2017년 6월 세 필지로 분할됐다.

김 비서관은 2017년 4월 13일 413-159번지 토지를 김씨로부터 매입했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전남 순천시 소재 부동산 개발 업체 ‘아를’과 아를의 사내이사 이모(53)씨, 다른 이모(45)씨와 지분을 공유하는 형식이었다.

‘아를’과 사내이사 이모씨, 다른 이모씨의 지분은 2017년 6월 13일 김 비서관에게 이전됐다. 김 비서관이 413-159번지(2939㎡) 토지의 유일한 소유자가 된 것이다. 이와 함께 1448㎡는 413-166번지로, 130㎡는 413-167번지로 분할됐다. 김 비서관이 재산을 신고한 413-166번지와 413-167번지는 누락된 413-159번지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토지 분할 후 413-159번지는 2019년 2019년 1월 15일 지목이 종전 ‘임야’에서 ‘대지’로 변경됐다. 도로가 존재한다면 주택이나 상가를 지을 수 있는 토지가 된 것이다. 다만 현재 김 전 비서관이 누락한 413-159번지도 도로와 맞닿아 있지 않은 맹지다. 가장 가까운 도로까지는 60m 떨어져 있다. 도로 양 옆으로는 2016~2017년 지어진 빌라가 줄지어 들어서 있다. 도로만 수십m 연장된다면, 김 비서관이 보유한 땅에도 빌라가 개발될 수 있는 것이다.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소유하고 있는 세 필지. 이 중 임야에서 토지로 지목이 변경된 413-159번지는 재산신고에서 누락됐다.

위성사진을 보면 해당 대지에 도로가 연결돼 있지 않지만 이미 수목이 잘려나가 맨 땅이 드러나 있고, 가건물도 놓여 있어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비서관은 이 토지를 재산신고하면서 근린생활시설 건물 84㎡(8억2000만원)으로 신고했다. 땅 위에 건물이 있더라도 토지 면적과 건물 면적을 동시에 신고해야 하는데, 토지는 누락하고 건물만 갖고 있다고 신고한 것이다.

◇靑 “개발 사업과 무관…해당 필지도 매각 추진 중”

이와 관련해 김 비서관은 전날(26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토지를 매입하게 된 경위에 대해 “자금사정이 좋지 않던 지인이 매수를 요청하여 부득이하게 취득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해당 토지는 광주시 도시계획조례(표고 50m 이상 개발 불가)로 인해 도로가 개설되더라도 그 어떤 개발 행위도 불가능한 지역으로, (인근)송정지구 개발사업과는 전혀 무관하다”면서 “토지를 취득할 당시에 이미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였기에 개발을 통한 지가상승 목적으로 매수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비서관이 누락한 대지에 대해 “근린생활시설(건물)이 있다고 신고한 곳의 부지에 추가 공사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서 “(재산신고가 된) 두 필지와 함께 처분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경기 광주시 송정동 413-159번지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재산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보 캡처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경기 광주시 송정동 413-159번지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재산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등기부등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