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과 인터뷰한 기사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가 기사 내용에 대한 설명은 없이 타임지(誌) 표지사진과 제목만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홍보했기 때문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우리 대통령이 망상에 빠졌다는 데도 청와대는 자랑만 한다”고 비판했다.
타임은 23일(현지 시각) 홈페이지에 ‘문 대통령이 조국을 치유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선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 잡지 표지사진은 문 대통령이고, 표지 제목은 ‘마지막 제안’이고 부제는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를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선다’이다. 청와대는 SNS에서 이같이 전하고, 인터뷰 모습과 표지사진 촬영 모습은 담은 영상도 올렸다.
이 홍보가 25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 청와대가 정작 기사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사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very honest … very enthusiastic [and] one with strong determination)”,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a good idea of what is going on around the world)”고 평가했다.
그런데 타임은 이 말에 뒤이어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김 위원장은 자신의 고모부와 이복형을 냉혹하게 살해했으며, 2014년 유엔 인권조사위원회(COI)의 역사적인 보고서에 따르면 몰살, 고문, 강간, 기근 장기화 야기 등 ‘반인륜 범죄’를 주도한 인물이다”라고 썼다.
또 타임은 “많은 북한 연구가에게 김정은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변함 없는 방어는 거의 망상에 가깝다(For many North Korea watchers, Moon’s steadfast defense of Kim is verging on delusional)”고 했다. 문 대통령의 김정은에 대한 평가를 ‘망상’이란 단어를 써가며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윤희숙 “홍보전략으로 인터뷰 추진한 靑, 얼마나 현실감 없는지”
이에 대해 윤희숙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다고 청와대가 자랑하길래 내용을 들여다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홍보전략으로 이 인터뷰를 추진한 청와대가 얼마나 현실감이 없나 싶다”고 했다.
이어 ‘망상’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우리가 우리 대통령에 대해 숨기고 싶어 했던 점을 정확히 집어내고 있다”면서 “북한 김정은의 내면에 대해 보증을 서고 다니는 것 말이다”라고 했다. 윤 의원은 “민족이란 이름으로 무슨 말이든 다 해도 되고 거짓보증도 괜찮다는 건 청와대만의 착각”이라며 “국민을 더 이상 창피하게 만들지 마라”고 했다.
◇장부승 교수 “미국 동맹국 지도자 인터뷰 기사가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매우 놀랍다”
외교관 출신인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타임 기사 주요 부분을 번역해 올리고 “이게 칭찬인가 비판인가”라고 물었다. 장 교수는 “민주국가의 지도자, 게다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이자 동맹국 중 하나인 나라의 지도자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매우 놀랍다”면서 “타임지 기준으로 이런 기사는 고강도의 비판”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해당 기사에 대해 “한 마디로 말해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고, 국내 다른 정책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내용”이라면서 “제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었다면 이 기사를 읽고 고개를 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장 교수는 “그런데 이걸 또 자랑이랍시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떡 하니 올려놓고 문 대통령 지지하는 사람들은 타임지라는 유명한 미국 잡지에 문 대통령 얼굴이 올라왔다고 자긍심에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게 자랑이냐, 외교 실패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고 썼다.
◇타임 “文대통령,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해준 사람들의 지지를 잃고 있다”
타임 기사에는 “서울 내 일반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문 대통령의 임기 동안 59만달러에서 106만달러로 상승했다”, “한국은 현재 백신 접종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6월 중순 기준, 한국 전체 인구의 6%만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고, 쇠퇴하고 있는 유산에 사로잡힌 나머지 애초에 그가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해준 사람들의 지지를 잃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