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첫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준비한 발언을 종이에 인쇄해 들고 온 다른 최고위원과 달리 노트북을 들고 참석했다. 그런데 이 노트북에 태릉 골프장 부지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정부 계획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스티커가 부착돼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참배와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철거현장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조문을 한 뒤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에 참석했다.
당대표석에 앉은 이 대표는 들고 온 검은 색 노트북을 책상에 놓고 윗덮개를 열었다. 노트북에는 ‘내가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이다’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스티커 문구는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들’이라는 시민단체의 슬로건이다. 이 시민단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그린벨트 개발을 반대하는 시민 모임’으로, “태릉그린벨트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4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에 아파트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민단체 소셜미디어(SNS) 계정이 2020년 8월 개설된 것으로 미루어, 정부가 태릉골프장 부지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자 반발해 결성된 시민단체로 추정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당시 시민단체가 이 대표에게 준 스티커를 노트북에 붙였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9일 서울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서 열린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훼손 반대집회’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들이 지금도 매일 부대끼면서 타는 7호선과 매일 새벽 6시에 나가도 막히는 동부간선도로에 1만세대 주택을 더 때려 넣겠다고 주민들과 협의하지 않고 결정하느냐, 이 사람들이 주민들 편이냐 정권 편이냐”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이다.
서울시는 최근 태릉골프장에 주택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대해 ‘주민 반대 등을 감안해 재검토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정부에 보냈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난 9일 서울시와 간담회를 열고 태릉골프장 부지 주택 공급 계획 철회에 선을 그었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태릉의 경우 관계기관 간 협의가 상당 부분 진척돼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인허가 절차 등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