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하기로 양국 정부가 합의했지만, 일본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한일 외교 당국은 지난 11~13일(현지 시각)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약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였다. 당국자는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측은 처음부터 열린 자세로 일본측의 호응을 기대했다"며 "그러나 일본 측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이유로 당초 실무차원에서 잠정 합의했던 약식회담마저 끝내 응해 오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G7 정상회의서 약식회담 성사 안돼…文대통령 "아쉽다"
일본 측이 회담 취소 사유로 밝힌 한국군의 동해영토 수호훈련은 '독도방어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해군과 해경 함정 및 항공기 등을 동원해 1986년부터 매년 상·하반기에 진행된다. 올해 상반기 훈련은 이번 주에 실시된다. 그간 일본은 한국이 독도방어훈련을 할 때마다 외교 채널을 통해 반발해왔다.
한국 정부는 양 정상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짧은 약식회담은 현안을 깊이 있게 논의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9월 스가 총리 취임 이후 첫 회담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정확히 언제 회담 취소를 통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비록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회담은 없었지만, 정상회의 기간 양 정상은 두 차례 만났다. 12일 확대회의 1세션 직전 만나 인사를 나눴고, 같은 날 만찬장에서 1분 정도 대화를 했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스가 "文이 인사하러 와 실례되지 않도록 인사"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G7 정상회의가 폐막한 후 동행한 기자단에 문 대통령이 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측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스가 총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첫 대면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같은 회의장에 있어서 인사하러 왔다. 실례가 되지 않도록 인사했다"고 설명했다. 만찬장 1분 대화에 대해서는 "바비큐(만찬) 때도 (문 대통령이) 인사하러 왔다"고 밝혔다.
◇한국은 "우연히 만났다" 일본은 "文이 다가와 인사"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첫 번째 만남에 대해서는 한일 양측이 미묘한 시각 차를 보였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G7 확대정상회의 1세션이 개최되기 전 카비스 베이 호텔에서 스가 총리와 조우(遭遇·우연히 만남)해 서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다"고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NHK에 따르면 스가 총리를 수행 중인 오카다 나오키(岡田直樹) 내각 관방부(副)장관은 기자단에 "한국의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에게 다가와 아주 짧은 시간 간단한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일본 측 설명에 대해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누가 먼저 인사를 했네를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 약간 촌스럽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정상들끼리 다 아는데 먼저 가서 'Hi(안녕)' 인사하고 그런 것"이라며 "일본 언론이 촌티 난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MBC에 출연해 외교부 당국자 발과 관련해 일본 측이 양 정상의 회담을 거부했는지, 거부를 했다면 어떤 것을 문제 삼았는지에 대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