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신임 원장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 설계자인 홍장표 부경대 교수가 선임된 가운데, 원장 후보자를 심사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원장후보자심사위원회의 구성원 과반이 친문(親文) 인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9명으로 이뤄진 원장심사위는 연구회 이사장과 이사가 5명을 차지하는데, 연구회는 이 가운데 선임직 이사 몫 2명을 '문팬 송년회 게스트' 등의 이력을 가진 친문 이사만으로 구성했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인사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홍 교수가 KDI 원장으로 선임될 당시 원장심사위원 9명 가운데 5명이 친문 또는 친정부 인사였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정해구 경인사연 이사장을 비롯해 정부 측 인사, 전직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등으로 과반수 이상을 채웠다.
원장심사위는 규정에 따라 연구회 이사장,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과 당연직 이사 1인을 포함한 연구회 이사가 5명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산업계·연구계·학계 등에서 추천을 받아 이사회가 지명한 4인으로 구성된다. 경인사연 이사장 및 당연직 이사 등으로 원장심사위의 과반을 차지하도록 돼 있는 구조다.
연구회 이사는 연구회의 정관에 따라 기재부 차관과 국무조정실 1차장, 각 정부 부처 차관 6명 등 정부 인사 8명이 당연직으로 포함되고, 산업계·연구계·학계 등의 추천을 받아 의사회 의결을 통해 정해지는 선임직 이사 8명으로 이뤄진다.
홍 교수 선임 당시 8명의 경인사연 선임직 이사 가운데는 6명이 친여(親與) 성향 인물이었다. 이들은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재정개혁특별위원회 등 대통령 직속 기구 위원 등을 지낸 인사들과 민주당 추천으로 국회도서관장을 지낸 인사 등이었다. 나머지 2명은 정치색이 약하거나 불명확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경인사연은 이 가운데서도 원장심사위의 선임직 이사 몫 2자리에 '2017년 문팬 송년회 게스트', '충남지역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지 교수 모임' 등 친문 이력이 도드라지는 선임직 이사들을 포함시켰다. 이 중 한 명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016년 총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의 정책자문단과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사실상 '민주당 사람'이라고 해도 무색할 정도로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사람들에게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KDI원장 심사를 맡긴 것이다.
원장심사위는 원장직 공모에 응모한 지원자 가운데 투표를 거쳐 3명의 후보자를 선정해 경인사연 이사회에 추천한다. 추천은 규정에 따라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으로 회의를 열어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을 통해 이뤄진다. 이렇게 추천된 후보자 중 이사회가 한 명을 선임하면 이사장이 선임된 후보를 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이다. 민간 위원 중 한 명만 출석하면 원장심사위 회의를 열어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셈이다.
홍 교수 선임 당시 선임되지 못한 2명의 후보는 안상훈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과 우천식 KDI 선임연구위원이었다. 현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이 KDI 내부 인사들을 제치고 선임된 것이다. 하지만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사회는 3명의 후보자 가운데 홍 교수를 선임하면서 '별도 이견 없음'으로 의결했다.
유의동 의원은 "소주성 설계자인 홍장표 전 경제수석의 KDI 원장 취임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친정부 인사 위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그 우려를 덮어버리는 정권의 거수기에 불과했다"며 "정해진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낙하산 인사를 막아내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진정한 싱크탱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심사위원회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