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주요 7국(G7) 정상회의 성과를 알릴 목적으로 홍보물을 제작하면서, 정상회의에 초청국으로 참석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사진에서 잘라낸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정부는 이미지 제작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라는 입장이지만,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남아공 대통령이 삭제되면서 문 대통령은 무대 중앙에 가깝게 이동했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가장 구석으로 옮겨졌다.
정부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G7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남서부 콘월 카비스베이 정상회담장 앞에서 찍은 참가국 정상 기념사진을 이용해 홍보물을 만들었다. 제목은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었다. “이 자리 이 모습이 대한민국의 위상입니다. 우리가 이만큼 왔습니다”, “위대한 국민들과 정부가 함께 해온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감격스럽습니다. 모두 국민 덕분입니다”라는 글귀도 적었다.
이 사진에서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앞줄 가운데에 섰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줄 오른쪽에 자리했다. 문 대통령은 그 사이에 섰다. 앞줄 맨 왼쪽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었다. 스가 총리는 두 번째 줄 맨 왼쪽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처음 배포한 홍보물에는 라마포마 대통령이 사진에서 삭제된 상태였다. 정상회의 단체사진에서 일부 국가 수반만 도려내는 것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사진에서 라마포바 대통령의 오른쪽에 있던 스가 총리가 가장자리에 놓이게 됐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라마포마 대통령이 잘린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G7 정상회의 초청국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을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크게 말하고 있다”며 “G7 정상들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자리가 대한민국의 오늘이고, 우리 후세 대통령의 자리는 더 영광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썼다.
그러나 사진 원본은 이미 널리 공개된 상태였다. 라마포마 대통령이 잘려나간 것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한민국 위상을 돋보이게 하려 남아공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잘랐나” 등의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에서는 이날 원본 사진으로 바꾼 홍보물을 다시 올리면서 “이미지 제작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 수정되었다”며 “콘텐츠 제작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고 했다. 박 수석도 페이스북에 게시한 편집본대신 남아공 대통령이 포함된 원본 사진을 다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