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9개월 앞두고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들도 이 지사를 견제하며 일제히 기본소득을 비판하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가성비가 낮다", 이낙연 전 대표는 "현실성이 없다"는 논리로 '반(反)이재명' 전선을 구축해 협공을 펼치고 있다. 여권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지상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정책을 둘러싸고 다른 대선후보들이 이중, 삼중으로 둘러싸 협공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재명 '기본소득' 난타…"가성비 낮다" "현실성 없다"
이재명표 기본소득은 소득, 재산 규모 등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연 50만원으로 시작해 장기적으로는 연 6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전 국민에 매달 50만원씩 연 600만원을 지급하려면 연간 312조원 가량이 소요된다. 이는 올해 예산 558조원의 절반 가량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이 지사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탄소세, 데이터세, 로봇세, 불로소득 토지세 등 '기본소득 목적세'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인데, 다른 대선 후보들은 이를 정면 비판하고 있다.
가장 강하게 이 지사를 밀어붙이는 주자는 정 전 총리다. 정 전 총리는 지난 9일 한 토론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재원대책이 없는 게 문제"라며 "가성비가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소득 불평등 완화에 전혀 기여되지 않고 경기진작 효과도 별로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정 전 총리는 전날일 8일엔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선택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했고, 지난달 30일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지사가 제안한 월 8만원 혹은 4만원 지급을 위해서도 연 52조원 혹은 26조원이 필요하다"며 "가성비가 너무 낮다"고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1명에 매달 50만원씩 줘도 300조원 나라 예산의 절반 이상이 필요하다"며 재원 조달 방안이 없다면 "허구"라고 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전면 실시는 매우 위험하다"며 "다분히 학술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얘기"라고 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험천만한 이야기"라고 비판했으며,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갖고는 빈부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했다.
◇野만 때리던 이재명, 실명 거론하며 반격
그러자 이 지사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기본소득 비판에 대한 반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선주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조목조목 맞받았다. 그간 야권 주요 인사들의 비판을 공개 반박한 적은 있었지만, 여권 인사들을 저격한 적은 없었다. 친문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런 이 지사는 이 글에서 이 전 대표의 '재원 대책' 지적을 언급하며 "단기적으로는 국민부담 증가 없이 예산 절감으로 연 25조원을 마련해 1인당 50만원을 전·후반기로 나눠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월 50만 원 기본소득'에 대해 "10∼20년 이상의 장기목표"라며 "최종목표 달성 시에 필요 예산이 300조원이므로 이를 현 예산과 비교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급 시점을 기준으로 고려하면 무리한 예산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지사는 정 전 총리가 단기목표액인 연 50만원을 월로 환산하면 4만원으로 가성비가 낮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연 50만원은 단기목표"라며 "대다수 국민에게는 4인 가구 연 200만원 또는 400만원은 목숨이 오갈 큰돈"이라고 맞받아쳤다. 반면, 이광재 의원이 '전면실시는 위험하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공감한다"며 "국민여론에 따라 융통성 있게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했다.
이 지사의 이같은 변화는 반이재명 전선의 기세를 꺾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 여권 대선주자들이 기본소득 외에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연기, 개헌론 등을 주장하며 점점 더 촘촘하게 압박해오고 있기 때문에 흐름을 끊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