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불법거래 등 비위 의혹이 드러난 의원 12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전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하기로 결정했다. 의혹의 경중,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전원 탈당'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은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를 재차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통보받아 8일 공개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 사진 맨 위 왼쪽부터 김주영, 김회재, 문진석, 윤미향 의원. 두 번째줄 왼쪽부터 김한정, 서영석, 임종성, 양이원영 의원. 마지막 줄 왼쪽부터 오영훈, 윤재갑, 김수흥, 우상호 의원./연합뉴스

그러나 탈당 권유를 받은 의원들이 불복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논란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들이 반발할 경우 '그에 맞게 대응하겠다' 정도의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이같은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된다. '제명'이 아닌 '자진 탈당'의 경우엔 복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송영길 대표의 탈당 권유 결정이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선 탈당이 아닌 출당 조치를 취한 점도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지만 출당할 경우 무소속으로 의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 與, 집단 탈당 권유 '초강수'…"선당후사로 수용해달라"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최고위원회 논의를 거쳐 12명 대상 전원에게 탈당을 권유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권익위는 전날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가족 총 816명의 지난 7년간 부동산 거래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법 위반 소지가 있는 12명(16건)에 대한 자료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송부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소지가 있는 의원은 김주영(초선·경기 김포갑), 김회재(초선·전남 여수을), 문진석(초선·충남 천안갑), 윤미향(초선·비례) 의원이다.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을 받은 의원은 김한정(재선·경기 남양주을), 서영석(초선·경기 부천정), 임종성(재선·경기 광주을) 의원이며, 양이원영(초선·비례), 오영훈(재선·제주 제주을), 윤재갑(초선·전남 해남완도진도), 김수흥(초선·전북 익산갑), 우상호(4선·서울 서대문갑) 의원 등 5명은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고 수석대변인은 "수사기관의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통상적 절차"라며 "그러나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너무 크고 정치인들의 내로남불에 비판적인 국민 여론이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은 부동산 투기의혹 관련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선제적인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미 12명의 국회의원에 대해 사건이 특수본에 이첩됐다. 빠른 시일 내에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 옥석이 가려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상 과도한 선제 조치이지만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집권당 의원이라는 신분을 벗고 무소속 의원으로서 공정하게 수사에 임해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표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전날 권익위로부터 부동산 불법소유 및 거래의혹에 연루된 의원 명단을 전달 받은 민주당은 예상보다 많은 숫자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부동산 투기의혹 12명 의원의 명단 공개 여부와 징계 조치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부동산 비위 의혹의 경중을 따져 징계 조치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투기 근절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선 엄정 대응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 탈당 요구 '불복'에 커지는 논란…송영길 "깨끗하게 돌아오라"

그러나 명단에 이름이 오른 의원들은 이같은 당 지도부의 결정에 불복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농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에게 출당이라는 것은 엄청난 형벌이자 큰 징계다. 본인의 소명을 받지 않고 이렇게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보기에도 좀 심하다 싶은 것은 (탈당 권유 명단에서) 제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하늘에 계신 어머님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정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당의 조치는 부당하고 잘못됐다"며 "제 아내는 토지를 구입했으나 투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충분한 소명 절차를 주고, 위법이 있으면 위법에 대해 다투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에서 이번 결정을 철회해주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불법거래 등 비위 의혹이 드러난 의원 12명 전원에 대해 자진탈당을 권유하기로 결정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혹 대상에 오른 우상호 의원(오른쪽)과 김한정 의원이 각각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미향 의원은 명의신탁 의혹과 관련해 "고령의 시어머니 상황을 고려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부모님은 시누이 명의 함양 시골집에 거주했으나 2015년 3월 시아버지 별세 이후 시어머니 홀로 그곳에 살 수 없어 집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같이 적었다. 문진석 의원은 명의신탁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통해 "억울한 마음이지만 지금은 당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지도부의 결정에 따르겠다. 그리고 소명 후 의심이 해소되면 그 즉시 우리 민주당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들의 반발에 어떻게 대응할 지 등에 대해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고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발표하기 전에 지도부에서 해당 의원들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 의원들이 탈당 권유를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거기에 맞게 대응하겠다"고만 답했다.

만약 이들이 탈당 후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경우 복당이 가능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고 수석대변인은 "수사를 받고 무혐의가 되면 당연히 당으로 돌아올 자격이 된다. 당도 문을 열고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당이 결단을 내렸으니 의원들께서 선당후사 정신으로 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후 YTN '더뉴스'에 출연해 "부동산 투기에 대해 국민의 불신이 크고, 내로남불과 관련해 예민하게 보고 있는 만큼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탈당 상태에서 의혹을 풀고 깨끗하게 당으로 돌아와 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만약 지도부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강제 조치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의원들이 선당후사의 관점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본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