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회 현충일이던 지난 6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념식 당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웃으며 ‘셀카’를 찍는 모습이 공개돼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충일인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국민의힘 태영호(왼쪽부터), 이영 의원,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박진 의원이 영상을 찍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애국지사·순국선열 등 국가의 발전을 위해 명예로운 일을 한 사람들의 묘 5만4500여기가 있는 곳이다.

그런데 김 권한대행을 비롯해 박진·이영·태영호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셀카봉을 들고 활짝 웃으며 함께 동영상을 찍는 모습이 포착됐다. 의원들은 손을 흔들고, 손가락으로 ‘V(브이)’를 표시하기도 했다.

당시 태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태영호TV’에 올리기 위한 동영상을 촬영 중이었고, 추념식에 함께 방문한 의원들을 소개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태 의원은 쪼그려 앉아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의 안내견인 ‘조이’와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현충원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충일 추념식을 마치면 흩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마음과 그 숨결을 좀 더 느껴보자는 생각으로 6·25 참전 용사들이 계신 곳을 잠시 돌아보고 간다”며 “일시적 행사의 의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면서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의 말과는 달리 추념식 당일 현충일에서 웃고 떠들며 동영상을 촬영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는 현충원에서 나들이를 나온 것처럼 희희덕거리는 모습을 보면 국민은 그 진정성에 의문을 품을 것”이라며 “계속되는 정부·여당의 실책에도 국민의힘이 여전히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라고 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안내견 조이와 인사하며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당 일각에서는 태 의원의 유튜브 방송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었다는 반응도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동료 의원의 갑작스러운 촬영 요구에 거절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라며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했던 자발적인 기념촬영과는 조금 궤가 다른 부분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민주당 초선 당선자들이 유사한 일로 비판을 받은 만큼 부주의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 당시 김남국, 고민정 등 민주당 초선 당선자들이 국립묘지 앞에서 웃으며 기념사진을 촬영해 논란이 됐다.

해당 장면은 YTN 카메라에 포착돼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소셜미디어) 등으로 확산됐다. 여기에는 ‘총선 이후 항상 즐거운 더불어민주당’, ‘5·18 민주묘역에서도 웃음꽃 만발’이라는 자막이 달렸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자들이 5.18 민주묘역 앞에서 웃고 있는 모습. /Y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