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12분이 누군지는 말씀 못해주는 건가요?”
A : “네.”

국민권익위원회가 7일 더불어민주당이 의뢰한 소속 의원 174명과 그 가족 등 총 816명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12명이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의혹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의원 본인 명의로 거래한 경우가 6명, 배우자 명의 5명, 직계 존비속 명의 1명이다.

그러나 해당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는 꼭꼭 숨겼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권익위가 큰 파장이 예상되는 이번 사안에 대해 ‘여당 봐주기’ 발표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당 지도부가 7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백신접종을 위한 '더불어백신 챌린지 SNS캠페인'을 하며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與 의원, 지역구 개발사업 관련 토지 매입하기도…누군지는 ‘미공개’

권익위에 따르면 의혹이 확인된 12명은 부동산 투기로 의심되는 총 16건의 거래를 했다. 이 중 2건은 3기 신도시 예정지와 관련돼 있다.

의혹은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6건) ▲업무상 비밀이용(3건) ▲농지법 위반(6건) ▲건축법 위반(1건)이다.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경우에는 지역구 개발사업과 관련된 토지를 매입하거나, 대규모 개발계획 발표 전에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례가 포함됐다.

권익위는 이 같은 의혹을 경찰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에 송부했다. 합수본 수사 결과에 따라 위법 여부와 경중이 최종적으로 가려진다.

국민권익위원회 김태응 부동산거래 특별조사단장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권익위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확인한 민주당 의원 12명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거래를 한 부동산의 위치나, 자세한 거래 유형 등도 밝히지 않았다.

이유는 ‘최종 결론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12명이 누구인지는 말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권익위의 이번 조사는 최종 결론이 아니고,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는 사안을 합수본에 송부한 상태이므로 지금 단계에서 실명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민은 12명의 이름을 알 수 없지만 민주당은 알 수 있다. 권익위는 실명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민주당에 통보할 계획이다. 이번 전수조사 자체가 민주당의 요청으로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野 “의혹 대상자 공개 없는 조사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나”

12명 중 일부 의원들은 권익위가 요구한 소명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의 이번 조사는 의원 등으로부터 개인정보 활용 동의 및 금융거래내역, 부동산거래내용 등을 제출받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을 통해 부동산 거래내역 및 보유현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단장을 맡은 김태응 권익위 상임위원은 “직접 조사권이 없어 일부 제출되지 않은 금융거래내역과 소명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의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매각 중인 경기도 과천시 선바위역 인근 그린벨트 임야의 모습. 이 토지는 지난해 발표된 과천 3기 신도시 후보지로부터 약 600m 떨어져 있다. /조선DB

야당은 권익위가 부동산 투기 의심 12명 의원의 이름을 숨긴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병길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을 받는 의원들이 누구인지 조차 국민들께 밝히지 않은 것은 국민 기만”이라면서 “의혹 대상자에 대한 공개 없는 조사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나”고 따졌다.

또 안 대변인은 민주당을 향해 “이러려고 그토록 야당이 주장하던 성역 없는 검찰 조사,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사를 거부했나”라며 “민주당은 의혹이 제기된 의원 명단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합수본 중간수사 결과도 ‘맹탕’ 비판…LH는 인력 ’20%’만 감축

정부가 LH 사태가 터지자 성남 민심을 달래려 부랴부랴 시작한 ‘대대적 수사’가 ‘맹탕’으로 끝났다는 비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발표한 ‘부동산 투기조사·수사 중간 결과’에 따르면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은 투기 의혹 사건 646건, 관련자 2796명을 수사해 이중 20명을 구속하고 52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대상이 된 주요 공직자는 399명으로, 국회의원(13명), 지방자치단체장(14명), 3급 이상 고위공직자(8명), 지방의회의원(55명)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내부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9명은 구속됐다.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이 진행된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 모습.

그러나 국회의원이나 고위공무원 등 이른바 사회 지도층의 부동산 범죄 의혹은 송치 사례가 ‘0’건이다. 1500여명의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수사한 결과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금까지 구속된 공직자 9명 가운데, 3급 이상에 해당되는 사람은 없다. 4~5급의 지방공무원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LH ‘혁신방안’도 불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이날 LH의 핵심 기능을 제외한 부분을 타 부처로 이관 또는 폐지하고, 인원을 약 2000명(20%) 정도 감축하는 내용의 LH 혁신안을 발표했다. 여전히 ‘공룡 공기업’이라는 외형은 유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