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의 ‘김부선’(김포~부천) 논란은 ‘교통의 공정’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교통 소외로 인한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해 왜곡된 정책을 바로 잡아야 한다.”

김포시를 지역구로 둔 박상혁(경기 김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D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3일 오후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갖고 GTX-D노선의 서울 5호선 김포 연장 등과 관련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강호 조선일보 기자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 의원은 삭발을 한 상태였다. 그는 전날(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GTX-D 노선 원안 적용을 촉구하며 삭발 투쟁을 벌였다.

당초 경기도와 인천시는 서울 강남을 거쳐 경기도 동쪽 하남시까지 이어지는 GTX-D 노선을 정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지난 4월 22일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는 이같은 안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김포와 검단 신도시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우리나라 신도시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들었다. “신도시 정책은 아파트만 짓는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 공급 대책을 세울 때 도시에 필요한 교통 인프라 등의 정주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10년 뒤에나 교통 대책을 마련하니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정치의 역할은 실제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민생 분야에서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성과를 내겠다. 왜곡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ㅡGTX-D 노선 관련 김포와 인천 검단 주민들의 분노가 상당한 듯한데, 분위기는 어떤가.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생업을 뒤로하고 자발적으로 매주 드라이브 시위, 촛불 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고 삭발도 불사하겠다는 분들이 많다. 김포를 비롯한 서부권 2기 신도시 주민들은 서울로 직접 통하는 철도망이 없어 끔찍한 지옥철을 감내하고 있다. 혼잡도 285%(정원이 100명일 경우 258명 탑승)에 이르는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조차 신도시 주민들이 1조2000억원이라는 교통 분담금을 지불한 결과다. 단순히 집값 문제, 교통 복지의 문제로 볼 수 없다. 삶의 질과 직결될 뿐 아니라 심각한 교통 불균형과 신도시 정책의 왜곡과 관련한 정의의 문제기도 하다.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굳은 의지를 밝히기 위해 삭발을 했다.”

ㅡ보통 교통망을 구축할 때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통해 경제성을 따져 최종 결정을 하는데, 이를 ‘정의’의 관점에서 본 이유는.

“경제성만 따지면 계속 사업성이 있는 곳으로만 혜택이 몰릴 수 밖에 없고 이는 불공정을 더 심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김포는 급증한 인구에 비해 중앙정부 차원의 교통 인프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김포 인구가 현재 48만명인데 앞으로 10년 뒤면 7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모두가 중앙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교통 소외’를 겪게 되는 것이다.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ㅡ‘신도시 정책의 왜곡’도 문제로 지적했는데, 어떤 점이 문제라고 보나.

“김포에 거주하는 분들 중 신도시를 원해서 온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서울 집값이 폭등하고 살 집이 없어 서울 20㎞ 밖인 김포로 건너온 분들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들을 중앙정부가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신도시 정책의 가장 큰 문제인데, 공급정책만 발표하면 끝이다. 아파트만 당첨 되면 끝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 도시에서 살아가고, 아이를 키우고, 출퇴근을 하면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이런 정주 여건은 고려하지 않는다. 주택 공급 따로, 교통 대책 따로 만드는 탓에 서울과 신도시의 교통 격차를 메우려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한 40대 주민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다. ‘GTX-D 노선 원안 사수 결정이 난다 해도 나는 이 노선을 타고 출근하지 못할 것이다. 완공이 되면 50살이 넘을 것이고 회사를 다니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투쟁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함이다’. 도시의 미래가 내 아이의 미래와 직결돼있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뜻인데, 참 마음이 아픈 절절한 메시지였다.”

ㅡ국토부의 반응은 어떤가.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4월 22일 발표 이후 특별한 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 6월 말 확정 고시까지는 의견 수렴 기간인데, 실제로는 근거 자료 공유와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지 않아 시민들이 답답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를 확신할 수 없지만 끝까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단호하게 논리적으로 여러 정책 당국자들을 압박하고 때로는 호소하며 질서정연하게 우리의 뜻을 전달하고 있다. 함께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결국 정치의 영역 안에서 잘 해결해야 하는 일인데, 3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의원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비서실장 등에게 다시 한번 의견을 전달했다.”

ㅡ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다른 민생 현안과 법안은.

“가장 큰 민생 현안인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청년 주거다. 저는 이 중에서도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대학생들이 대학교를 4년에서 길면 6년을 다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기숙사 수용률이 매우 낮다. 외국은 기숙사에 대부분 살면서 공부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대부분이 자취를 하거나 하숙을 해야 한다. 주거비 부담이 클 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걱정도 크다. 이에 국·공립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을 25%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8~9월쯤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ㅡ‘캠핑카 렌트 활성화법’을 재미있게 봤다. 우수 법안으로 선정돼 국회 의정대상을 수상했는데, 법안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2019년 8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하면서 캠핑용 자동차나 캠핑용 트레일러를 승합자동차 분류하던 조항을 삭제함에 따라 특수자동차로 분류가 됐다. 이에 캠핑카를 렌트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됐는데, 바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레저·여가 문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 캠핑카를 이용하려면 차를 사서 개조하거나 트레일러를 직접 구매해야 하는 불편함이 더는 지속돼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가장 의미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렌트카를 만드는 사람도, 이용하는 사람도, 빌려주는 사람도 모두 행복한 법안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것이 ‘소확행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ㅡ당의 허리를 맡고 있는 3040 의원으로 앞으로의 포부와 계획이 궁금하다.

“과거의 구태와 단절하고 생산적이고 일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저의 정치 모토다. 앞으로도 민생 분야에서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성과를 내겠다. 왜곡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이 될 것이다.

민주당이라는 팀에 소속돼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포부를 밝히자면 축구팀에 비유해 ‘미드필더’가 되고 싶다. 나이로는 허리에 해당하는 40대인데, 정치를 같이 해온 선배들의 철학과 가치를 이해하면서 후배들과의 소통을 연결하는, 팀 전체의 밸런스를 맞추는 역할을 하고 싶다.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미드필더가 되겠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경기 김포갑, 오른쪽) 의원과 박상혁(경기 김포을, 왼쪽) 의원이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GTX-D 원안사수!' 김포-하남 노선 반영과 서울 5호선 김포 연장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혁 의원은?

박 의원은 1973년 김포평야에서 태어나 서울 공항고와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한양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90년대 운동권' 출신이다. 일반적인 운동권 출신과 달리 대학 졸업 후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로 유학을 떠나 통상법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사회생활은 2004년 고(故) 김근태 의원실 비서로 시작했고, 이후 임채정 전 국회의장실에서 비서관을 거쳤다.

2009년 전남대 법학전문대원에 진학, 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중 2016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무보좌관으로 정계로 돌아왔고,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으로 2년간 일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김포을 선거구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홍철호 전 의원을 꺾고 국회에 입성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상임위 활동을 하고 있으며, 민주당 원내 부대표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