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전방에서 제거한 철책으로 제작한 '기념패'를 제66회 현충일을 맞아 제단에 헌정하고 "분단의 아픔을 끝내고 강한 국방력으로 평화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에서 "전방 철책과 영웅들의 유품으로 만든 기념패를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 호국영령들의 영전에 바쳤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매년 추념식에 참여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 향해 다시 큰 걸음"
청와대에 따르면 이 기념패는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고, 참전의 고귀한 희생과 노고를 표현했다. 3사단 856GP(감시초소)에서 제거한 철책과 화살머리고지 전투 지역에서 발굴한 나침반으로 만들었다. 기념패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쓴 '이땅에 다시 전쟁의 비극은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각인했다. 정부는 기념패를 국립서울현충원 호국전시관 6·25 전쟁 구역에 전시된, 분단을 상징하는 철조망 전시물 옆에 전시할 예정이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이 일체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합의다. 군(軍)은 9·19 군사합의 이후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곳을 폭파하고, 김포 한강 철책과 동해 해안 철책을 대규모로 철거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대화와 외교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이루는 유일한 길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향해 다시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공군 女부사관 사망 사건에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 낳은 병영문화 폐습, 매우 송구"
문 대통령은 최근 잇달아 폭로된 군(軍) 장병 '부실급식'과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회유를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군내 부실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장기간 헌신한 중장기 복무 제대군인들이 생계 걱정 없이 구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대군인 전직 지원금'을 현실화할 것"이라면서 "보훈 급여금으로 인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고,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의 가치가 묻혀 버리는 일이 없도록 바로잡겠다"고 했다.
◇"민주화 결실 맺은 5월 광주처럼 '미얀마의 봄'도 올 것"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최근 발생한 미얀마 유혈 사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미얀마 국민에게 변함 없는 연대와 우애의 마음을 보낸다"면서 "5월 광주가 마침내 민주화의 결실을 맺었듯, '미얀마의 봄'도 반드시 올 것"이라고 했다.
또 국민의힘 성일종·정운천 의원이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초청을 받아 보수정당 소속 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달 17일 열린 '5·18민주항쟁 추모제'에 참석한 것을 언급하며 "뜻깊다"고 했다. 그는 "진실이 밝혀지고 용서와 치유가 이어지면서 우리는 서로를 더욱 존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DC에서 만난 한국전 참전 웨버 대령, 영상으로 등장
이번 추념식에서는 국민의례가 끝난 후 지난달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문 대통령과 만난 6·25 참전 영웅 윌리엄 빌 웨버 대령이 보낸 영상 편지가 상영됐다. 웨버 대령은 아리랑을 부르며 영상 편지를 시작했고, 국군 전사자를 추모하고 함께 참전한 카투사 전우들에게 인사했다. 이어 참전유공자 김재세 씨가 미2사단 카투사로 배속되어 치른 6․25전쟁 3년의 내용을 담은 답장을 낭독하며 한미동맹의 '위대한 우정'을 이야기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이 끝난 후 서울현충원 내에 있는 국방부 유해발굴단 신원확인센터를 방문했다. 발굴한 유해의 감식과 유전자 분석, 보관 등 신원 확인을 위한 전문 시설로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미발굴 전사자 12만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찾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