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 소속 의원 68명이3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간담회를 했다. 당 쇄신을 주장해 온 초선 의원들은 문 대통령에게 '조국 사태'와 부동산 문제에 관한 민심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93분간의 간담회에서 관련 발언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이 주장하는 "검찰개혁"을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정의당 여영국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 여야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더민초' 소속 68명 초선의원들의 간담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낮 12시3분까지 93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한 뒤 '더민초' 간사인 고영인 의원이 대표발언을 했고, 이어 자유토론, 문 대통령 마무리 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20여분간 초선 의원 68명이 한 명씩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68명은 선물로 문 대통령 서명이 인쇄된 시계를 받았다.

◇與 초선 56명, 靑 가서 사진 찍고 시계만 받은 셈

자유토론에서 문 대통령에게 건의를 한 의원은 68명 중 12명(18%)다. 고 의원은 간담회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여러 의원들이 기획재정부가 재난 시기에 보다 적극적인 재정 확대 정책을 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탄희 의원은 "지금은 전시 재정을 편성하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재정 당국이 대통령님의 메시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고. 당 청년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은 "청년들이 근로 신청을 하면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근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소상공인 단체 출신인 이동주 의원은 '소상공인 피해보상'을, 의사 출신인 신현영 의원은 '백신 휴가 지원'을, 탈핵 운동가 출신인 양이원영 의원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대해 발언했다

그러나 '조국 사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조국 전 장관에 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조국 사태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의원들이 오늘 그것을 대통령에게 물을 이유를 못 느꼈다"라고 했다. 송영길 당대표가 전날 '조국 사태' 중 자녀 입시와 관련해 사과를 한 것에 대해선 "전반의 과정을 존중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의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 내용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고영인, 홍기원 의원. /연합뉴스

고 의원에 따르면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천준호 의원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과감한 조직개혁과 인적 쇄신과 보다 값싼 아파트 공급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또 장경태 의원은 청년주택·행복주택에 대해 말했다.

당 안팎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부동산 공시가격이나 세제 개편, 재개발·재건축 등과 관련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고 의원은 "부동산 세금이나 공급 문제는 당내 부동산 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이고 조만간 우리 초선의원들이 적극 참여해 결론을 낼 것이므로 따로 발언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더민초'가 바닥 민심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원들의 발언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발언한 의원들은 고영인·김경만·김병주·신현영·양기대·양이원영·이동주·이탄희·장경태·조오섭·천준호 의원 등이다.

◇文 "내부 단합하고 외부 확장하면 지지 만들어져…지지자와 함께해야"

문 대통령은 이날 '단합'과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모두발언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은 민주와 인권, 평등, 복지, 남북협력, 환경, 생태, 생명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이라면서 "혁신의 DNA를 가진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당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이어 "좋은 가치를 갖고 있는 진보가 이를 구현하는 정책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단합하고 외부적으로 확장할 때 지지가 만들어진다"며 "그 지지자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마무리 발언에서 "역대 정부가 하지 못한 검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이 아직 완결된 것은 아니나 방향을 잡았다"면서 "궁극적으로 완결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서 이른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을 위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 점을 가리킨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