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6·11 전당대회를 일주일여 앞두고 최고위원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부정이 벌어진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R사가 국민의힘 당원을 대상으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 여론조사를 벌이면서 10명인 최고위원 후보 가운데 5명만을 대상으로 지지도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는 특정인의 의뢰로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업무방해로 엄중히 경고했다”고 했지만 최고위원 후보들은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최고위원 후보자가 이날 확보한 통화 녹취에 따르면 R사는 지난 3일 김재원·배현진·정미경·조수진·조해진 5명의 최고위원 후보만 포함한 지지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10명으로 도태우·조대원·원영섭·이영·천강정 5명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제외된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는 전국 34만명의 당원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3000명 샘플 확보를 목표로 실시됐다.
한 최고위원 후보자 측 관계자는 “통상 여론조사는 후보자 호명 순서를 무작위로 하는데 해당 조사는 ‘가나다 순'으로 호명했다”며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불순한 의도의 꼼수 여론조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보가 10명임에도 5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간접적으로 홍보 효과를 누리려는 것”이라며 “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설명회를 할 때도 여론조사를 가장한 선거운동은 안 된다고 안내받는다”고 했다.
실제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 39조에 따르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게시·배포하는 행위 또는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 행위는 금지된다.
문제는 더 있다. R사는 여론조사 대상을 ‘당원’으로 한정했는데 이에 항의하는 후보 측에 “(특정) 후보 캠프 측에서 (당원) 명단을 받아서 준 것 같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원 명단은 원활한 선거 캠페인을 위해 후보자들에게 제공되는데, 누군가 이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것이다.
지난 4·15 총선 당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 권리당원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빼내 이를 활용한 혐의(개인정보 보호법 위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국민의힘 선관위 관계자도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당원 명부 유출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양석 사무총장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업체에는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엄중경고 했다”고 밝혔다. 정 사무총장은 “(어떤 후보 측) 누군가가 의뢰를 한 것 같은데 대리인단을 불러 재발방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중단 여부에 대해서는 “해당 여론조사가 이미 끝났다고 한다”고 했다. R사 측의 해당 여론조사 공표 여부에 대해서는 “그게 불법이라고는 하기 어렵지만,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황우여 선관위원장은 해당 사건에 대해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론조사를 그렇게 시행하면 안 된다”며 “(각 입장을) 다 들어보고 당에서 입장을 내겠다”고 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약 34만명의 전(全) 당원선거인단을 상대로 ‘R사의 여론조사는 당 선거규정에 위반된 조사임을 알려드린다’는 문자를 발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