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자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한 후보들은 이날 대구에서 합동 연설회를 열고 정권 교체를 말하며 윤 전 총장의 입당이나 야권 통합을 이야기했는데, 찬물을 끼얹은 모양이 됐다.

3일 오후 대구 동구 MH 컨벤션센터에서 뉴대구운동 주최로 열린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 초청 특강에서 김 전 비대위원장이 특강을 하고 있다.

채널 A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이날 “100% 확신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자가 있으면 전적으로 도우려고 생각도 했는데, 그런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윤 전 총장에 관한 이야기냐’는 질문에 “맞는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대구에 있는 경북대에서 강연을 했는데,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해당 발언에 대해 “개인적으로 여러 번 경험을 했는데 결국 결과가 늘 좋지 않았다”며 “스스로 실망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다시는 확신이 서지 않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뿐 아니라 (대권 후보로)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이 여럿 있지만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입장들이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도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 외부에서 다른 후보를 도울 생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아직 모르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새로운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고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 사퇴한 직후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얻자 “별의 순간을 잘 잡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최근 별의 순간을 잘 잡은 것 같은 후보가 보이냐’는 질문에는 “별의 순간이라는 것은 아무 때나 잡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1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인사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당 대표에 출마한 후보들은 ‘정권 교체’를 이야기하며 윤 전 총장이나 당 밖의 후보들에 대해 언급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정당했다”고 말하며 “이런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줄 수 있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부패와 당당히 맞섰던 검사는 위축되지 않고 더 큰 덩어리에 합류해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도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선 후보를 우리 당에서 먼저 뽑고 밖의 후보들과 단일화 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성공하기 어려운 발상”이라며 이 전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의 대선주자 경선을 ‘버스’에 비유하며 버스는 특정 인물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는데 윤 전 총장을 염두에 두고 이를 비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