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 영상 중 개최지 서울을 알리는 장면에서 평양의 대동강과 능라도 위성사진이 쓰여 논란이 된 가운데, 외교부는 해당 영상과 관련해 행사준비 전문대행업체 E사에 47억8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2일 나타났다. 이 업체는 다시 전문 영상제작 업체 V사에 3850만원을 주고 외주를 맡겼다.

P4G 개회식 영상에서 서울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평양 능라도와 대동강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KBS 유튜브 캡처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관련 계약 내역’에 따르면 외교부는 P4G 정상회의에 총 82억7300만원을 썼다. 이 가운데 행사 준비를 총괄한 E사에 47억8500만원을 지급했다. E사는 그 중 3850만원을 떼내 P4G 개막식에 쓰인 영상 제작을 V사에 맡겼다.

외교부는 E사가 V사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영상물 제작 실적 및 기술력 등을 평가해 제작 업체를 자체적으로 선정했다”고 했다. V사는 최근 화제를 모은 가상현실(VR) 휴먼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 다만 E사가 외교부로부터 47억원을 받고도 홍보 영상에서 쉽게 발견되는 오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P4G 정상회의를 준비한 주무 부처인 외교부는 홍보 영상 오류에 대해 “행사 직전까지 영상의 세부사항을 편집·수정하는 과정에서 영상 제작사 측이 영상 구매 사이트에서 ‘코리아’, ‘지구’, ‘위성사진’ 3개의 검색어를 입력해 검색된 영상 중 조회수가 가장 많은 것을 구입함에 따라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영상이 한강과 서울 이미지인지 확인하지 못한 실수가 있었다”며 “해당 업체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사고 발생 연락을 받은 후 인지했고 즉시 오류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을 제작한 V사나 행사 준비를 총괄한 E사는 물론, 외교부도 해당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외교부는 “해당 오류 부분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 최종 리허설에서 처음 상영된 것”이라며 “해당 부분이 순식간에 지나가 식별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P4G 정상회의는 한국이 개최한 최초의 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다.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서울에서 개최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상급·고위급 47명, 국제기구 수장 21명이 화상으로 참석했다.

P4G 정상회의 개회식 영상에 등장한 평양 능라도와 대동강의 위성사진. /구글맵 캡처

홍보 영상 속 문제의 장면은 첫 번째 P4G 정상회의 개최지인 덴마크 코펜하겐을 소개하는 영상에 뒤이어 나왔다. 올해 P4G 정상회의 개최지가 서울임을 알리면서 남산타워, 북촌 한옥마을, 광화문에 이어 구글의 위성지도 서비스인 ‘구글어스’에서 확대된 강의 모습이 나왔는데, 평양 능라도와 대동강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P4G 정상회의 개회식 영상에서 해당하는 부분을 수정했다. 새 영상에선 한강 올림픽대교 인근에서 시작해 서울 상공이 등장한다.

권 의원은 “국제적인 행사에서 일어날 수 없는 큰 외교 참사”라며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건 경위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