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못한 가운데, 미국을 겨냥해 "백신 국수주의,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지난 3월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로부터 백신 약 100만명분을 제공받을 계획이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
1일 세계보건총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북한은 74차 연례회의에서 성명을 내고 "다른 국가는 구매 능력 탓에 백신을 구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가 백신 국수주의로 필요한 분량보다 많은 백신을 확보하고 저장하는 불공평한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백신을 국가 이기주의와 연결하고 연구개발(R&D)과 지적 재산권 보호를 내세워 대량생산에 병목현상을 만드는 것은 불미스러운 일"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이 국민 전체에게 접종할 백신 물량을 이미 확보했지만 자국에서 생산한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등 백신 3종의 해외 공급을 통제하고 있는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아직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못했다. 북한 땅에 도착한 백신도 전혀 없다. 당초 코백스는 북한에 인도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99만2000회분(99만6000명분)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인도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수출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다만 백신 도입이 늦춰지는 데엔 북한 내부 문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코백스 측은 북한에 백신 공급 조건으로 접종이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확인하기 위한 모니터링 요원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접종 대상자 등 상세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코백스 측이 제풀에 꺾여 모니터링 없이 공급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교도통신은 이를 근거로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백신 공급 시기를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당국자는 코백스의 대북 백신 제공 예상시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코백스와 북한 간의 백신 지원을 위한 협의는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코백스 백신 지원을 받겠다고 희망한 국가는 접종계획을 비롯해 여러 협의가 진행돼야 하고 관련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그런 협의가 지연돼 제공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