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가상화폐 거래소 등) 신고를 받고 있는 가운데, 신고 요건 세 개 중 두 개를 충족한 거래소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단 4개 뿐인 것으로 28일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영업 중인 50여개 거래소가 9월 이후 폐업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가상자산) 시장을 감독할 주무부처로 금융위원회를 지정하고 본격적 관리에 나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9월 이후 계속 영업하려면 3개 요건 갖춰야…4개 거래소만 2개 충족

정부는 개정 특금법이 지난 3월 25일 시행됨에 따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6개월간(9월 24일까지) 가상자산사업자(가상화폐 거래소·보관관리업자·지갑서비스업자) 신고를 받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신고를 하려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개설 ▲대표‧임원이 특정금융정보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금융관련법령 등 위반이 없을 것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에 따르면 ISMS 인증 획득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 등 4개 뿐이다. 아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가 수리된 거래소는 없다. 정부는 “4개 거래소도 특금법상 신고를 위해서는 은행의 평가를 거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신고가 수리 안될 수 있다”고 했다.

이들 4개 거래소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고팍스, 코인빗, 비둘기지갑, 후오비 코리아 등 16개 거래소는 ISMS 인증만 획득했다. 이들은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인서’를 발급 받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거래소 영업이 불법화되므로, 폐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고가 9월 24일까지 수리되지 못할 경우 계속 영업하는 것은 불법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정부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국내에 가상화폐 거래소가 60여개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40여개, 최악의 경우 50여개 거래소가 폐업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ISMS 인증을 획득하고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이미 개설받은 경우라도 FIU 심사 과정에서 신고가 수리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거래소를 운영하는 회사 법인과 대표자, 임원이 금융관련 법률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 신고가 수리되지 않을 수 있다.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원칙상 폐업을 하더라도 거래소는 예치금과 가상화폐를 이용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운영진이 잠적하는 등 책임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돈을 떼인 이용자는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부는 이날 “가상자산 거래업자 등의 예치금 횡령, 해킹을 가장한 기획파산 등 위법 행위를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특금법 시행에 따라 9월까지 가상자산 취급 업소로 신고가 안 되면 200여개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다 폐쇄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위는 폐업한 곳과 거래소 기능을 하지 않는 업체 등을 제외한 결과 가상화폐 거래소를 60여곳으로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자기 책임 하에 거래 신중히 판단하라” 명시…과세는 예정대로

정부는 이날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 보도자료를 시작하면서 “가상자산은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되기 어렵고, 누구도 가치를 보장할 수 없으며, 국내외 거래환경 변화 등에 따라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기책임 하에 거래여부 등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내년부터 가상화폐 거래로 이익이 발생한 경우 예정대로 양도차익에 20% 세율로 분리과세를 실시한다. 첫 세금 납부는 2023년 5월에 이뤄진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거래소가 직접 가상화폐를 발행해 직접 매매·교환을 중개·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거래소 임직원이 자신이 속한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고 팔 수 없도록 할 계획이다. 또 해킹 사고를 막기 위해 콜드월렛(인터넷망과 연결하지 않은 지갑) 보관 비율을 상향하는 등 기술적 보완책도 마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