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재정준칙이 2025년부터 계획대로 적용돼야 한다"는 말을 동시에 했다. "큰 폭으로 증가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 재정 투입 가능성"도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 남은 1년간은 재정을 확장시키겠지만, 다음 대통령 임기부터는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뜻이다.
◇"文정부 남은 1년이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 결정"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정부의 남은 임기 1년이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남은 1년간 확장재정이 필요한 이유를 들었다. '일자리 위기'와 '분배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으며, 경기의 확실한 반등을 위해 확장재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과 비교해 아직 30만개 일자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적극적 정책 대응으로 소득 5분위 배율이 2분기 연속 개선되고 있지만, 재정 작용의 효과에 의한 것일 뿐 시장소득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면서비스업을 비롯한 내수업종은 어려움이 누적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확장 재정을 요구하는 의견과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경기의 확실한 반등과 코로나 격차 해소를 위해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식 거래 늘며 세수 19조 더 걷혀…"추가적 재정 투입"
문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일각에서는 국가 채무가 급증을 우려해 재정 건전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최근 위기 대응 과정에서 국가 채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증가폭이 낮고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확장 재정을 위한 여력도 충분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방역 상황과 경제 여건 변화에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큰 폭으로 증가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인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2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1월부터 3월까지 세수 통계를 보니 예상보다 19조원 정도가 더 들어왔다"고 말했다. 기업이 지난해 이익을 많이 올려 법인세가 늘었고, '동학개미' 운동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활발히 주식 거래를 하면서 관련 세수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이런 부분은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본 체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로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치는 3.8%다. 0.2%포인트를 더 끌어올리려면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성장률 4% 달성을 위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한시적 확대한 사업, 출구전략 미리 마련해야"
그러나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까지만 이 같은 확장재정 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내년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달아 확장재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정상궤도로 복귀한 이후도 대비해야 한다"면서 "위기를 맞아 한시적으로 추진하고 확대했던 사업들에 대한 출구전략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하겠다"며 확장재정 '종료'를 언급했다.
이어 "지난해 마련한 재정준칙이 2025년부터 계획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재정준칙은 2025년 이후 국가 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60% 이내 등의 기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원칙을 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에선 5개월 넘게 논의되고 있지 않다.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정청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 함께 참석했던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것 때문에 불참했다. 김 권한대행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