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4일 무주택자의 대출 규제(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한시적 폐지, 공시가격 상한제 등 세(稅) 부담 경감과 대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여당과 정부가 보유세 완화 등 부동산 정책 개편에 돌입했지만 당내 친문(親文) 의원들의 반발로 갈팡질팡하는 사이 국민의힘이 먼저 부동산 정책 개편안을 제안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특공 제도에 대한 국정조사와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대행은 이날 오후 부동산 정책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이 했던 25번의 부동산 정책은 참사에 가깝다"며 "하라는 공급은 안 하고 규제에 규제만 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찬스 없이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세상이라고 절망하는 무주택 실수요자에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취득세 부담을 낮추겠다"며 이러한 내용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와 1주택 실소유자 세 부담 경감을 위한 것"이라면서 "여당은 제안을 수용해 국민적 고통을 하루빨리 덜자"고 했다.
◇대출 규제 완화·세 부담 경감…"여야정 협의체 감감무소식에 압박 넣는 것"
국민의힘이 이날 발표한 대책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 와 '실거주 1주택자 보유세 부담 경감'이라는 두 가지 큰 틀에서 만들어졌다. 무주택자 내 집 마련을 위한 정책에는 실거주 서민주택 취득세 면제 일몰기한을 2024년 말까지 연장하고 생애 첫 주택 취득세 감면 대상과 기한을 늘리는 방안이 담겼다.
또 규제지역 내 서민층 실수요자를 위해 LTV·DTI 우대 비율을 현행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확대하고, 소득·주택가격 기준 상향도 포함됐다. 현재 대출 우대를 받으려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는 6억원 이하,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인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조건을 만족하는 아파트가 거의 없는 셈이다. 또 소득 조건도 부부 합산 8000만원 이하여야 하는데, 주택을 구매할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경우라면 부부 합산 연 소득이 8000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무용지물'인 혜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오는 7월부터 강화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대해서도 생애 최초 구입자의 경우 현행 40%에서 50%로 완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같은 대상으로 취득세 감면 대상 기준 소득을 현행 7000만원 이하에서 9000만원 이하로 올리고, 대상 주택가격도 수도권의 경우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단기적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자고도 했다. 이 의장은 "(중과가 유예된 지난 1년간)시점이나 가격이 안 맞아서 내놓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양도세가 중과돼 82.5%나 부과된다고 하면 차익이 10억원일 경우 8억원 이상을 세금으로 가져간다는 것"이라면서 "누가 집을 내놓겠냐"고 반문했다.
실거주 1주택자 보유세 부담 경과와 관련해서는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상한제를 도입해 공시가격 상승률을 전년 대비 5%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택 공시가격은 각종 세금 부과 기준이 되기에 폭등하면 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데 이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대비 19.05% 올랐다. 서울은 19.8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는 70%가 올라 공시가격 6억~9억원 1주택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가 30%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재산세의 경우 1세대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기준을 공시가격 6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고, 종부세의 1가구 1주택자 감면 기준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자고 했다. 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 수준인 90%로 동결한다는 내용과 1주택 고령자·장기 보유자의 공제율을 최대 90%까지 상향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의장은 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날 정책발표에 대해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정 민생 협의체 구성을 여당에 제안했으나 감감무소식이었다"며 "(여당에) 압박을 넣는 측면"이라고 했다.
이 의장은 'LTV 상향이 여당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사전에 교감이 됐나'라는 질문에 "여당에서는 90%까지 올리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과하다. 국민부채를 지나치게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공급 대책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100만호 공급 방안도 발표했고, 앞으로도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 서울시 층수 제한 규제 폐지와 고밀도 주거지 개발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서울시 100만호 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특히 공시가격은 (복지 제도와 연동이 돼 있어) 오르게 되면 기초생활수급자도 많이 탈락하게 된다"며 제도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시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전년 대비 2% 이상 오를 수 없도록 해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뒀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도 내로남불…행복도시 특공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할 것"
국민의힘은 이날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특공 제도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방침을 발표했다. 김기현 권한대행은 "(세종시 특공 문제에 대해) 정부에 자체 조사를 맡기면 LH사태처럼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라면서 "행복도시 이전기관 종사자 특공 제도 악용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특공 문제는 지난 18일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세종 신청사가 관평원 직원들의 세종 아파트 특별공급을 목적으로 지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불거졌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관평원을 포함해 새만금개발청, 해양경찰청 등도 관련 의심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