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야당을 찍은 분들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을 찍는다는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이걸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야당 승리에 힘을 보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을 약 300일 남겨둔 시점에서 한 말이다.

안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가진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뒤, 6월11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권자가 정부·여당에 대한 분노를 풀었으므로, 이제 야당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전당대회를 통해 판단할 차례"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김웅·김은혜 등 70년대생 초선 의원이 출마해 새로운 바람을 불어놓고 있는데, 전당대회 결과 정부·여당과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030은 보수화되지 않았다, 실용적 선택을 한 것일 뿐"

정치권에서는 4·7 재보선 승리 이후 국민의힘이 방향을 못 잡고 '도로 자유한국당'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대표는 4·7 재보궐선거 과정을 정확히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걸 하지 않아서 선거 후 국민의힘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먼저 안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 재보선에서 야권이 이긴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이 잘해서'라는 응답은 7%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부산의 표심(票心)이 크게 달랐다고 지적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이나, '부동산 민심' 때문에 선거 결과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령대별 득표율을 추정할 수 있는 4·7 재보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20~30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30%대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부산시장 선거에서 같은 당 김영춘 후보는 40%대 득표율을 올렸다. 대신 부산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50대 이상부터 압도적인 득표를 기록하며 김 후보를 큰 폭으로 제쳤다. 20~30대가 박 후보를 바라보는 시각은 오 후보에 대한 것보다 덜 우호적이었다는 뜻이다.

지난달 7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오른쪽)가 각각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대표는 "부산이 서울보다 야권 지지 성향이 훨씬 강한데도 그렇다"면서 "반대로 서울은 야권 단일화 효과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20~30대의 국민의힘 후보 지지라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2030이 보수화됐다고 잘못 해석하면 안 된다"면서 "실용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려면 야당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게 안 대표 분석이다.

◇"야권, '정부·여당과 전혀 다른 정치 세력'이라는 인식 줘야"

안 대표는 줄곧 '혁신'을 외쳐왔다. 현재 야권에 필요한 혁신, 달라져야 할 부분에 대해 안 대표는 ▲유능 ▲도덕성 ▲공정 ▲미래 ▲청년 등 다섯 개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5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혁신해야 '정부·여당과 전혀 다른 정치세력이구나'(라고 받아들여져) 승산이 있다. 통합과 혁신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의 키워드 중 '유능' '미래' '청년'과 관련된 것이 일자리와 주거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면서 세금으로 어르신을 위한 단기 일자리만 만들고, 집값을 폭등시켜서 청년들이 '월급 모아서는 집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근로 의욕도 꺾어놓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일자리와 주거 문제"라면서 "두 가지가 해결돼야 생활을 영유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 결혼하고, '이 아이가 자라면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잘 살겠지'라고 생각하고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여성이 가임기간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역대 최저인 0.84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합계출산율은 0.98명(2018년)→0.92명(2019년)→0.84명(2020년)으로 줄곧 하락세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를 공공에서 만든다고 생각해 공무원 수를 늘리고 단기 알바로 통계 눈속임만하면서 국가의 잠재 성장력을 빠르게 갉아먹고 있다"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더니, 다음 정부가 고쳐도 쓸 수 없는 나라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가상화폐'도 청년을 관통하는 단어다. 정부·여당은 최근 2030 세대에서 가상화폐 투자 붐이 일어나자, 부랴부랴 과세 유예 등의 주장을 '대책'으로 주장하고 있다. 안 대표는 "정부가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제대로 된 개념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투명성 강화, 투자자 보호 같은 국가의 책임을 다 한 다음 과세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국민의당 안철수 전 의원이 7일 서울 신림동 원룸촌을 방문해 서울대 재학생 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207

◇"자기편 정치인만 사면하는 것은 공감대 얻기 어려워"

안철수 대표는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등 기술 패권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제 정세에 현 정부가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 그는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양다리 외교, 줄타기 외교가 꼭 나쁜 것 만은 아니지만,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을 때,는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쪽과 손을 잡고 대신에 손해가 나는 쪽에 대해서는 손실을 최소화 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자금은 (미국, 중국에 대해) 모두 줄이 다 끊어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가 한미동맹도 튼튼하고 일본과도 사이가 좋고 중국과도 관계가 좋을 때 만이 북한이 우리한테 부탁할 수 있다는 점을 현 정부 사람들은 간과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안 대표는 경제계에서 제기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요구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그는 "사면이라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자 결단이다"면서 "그건 정말 대통령이 국민통합과 국가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후)지금까지 4번의 사면이 있었는데, 정치인 사면은 정봉주 전 의원, 이광재 의원,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었다"이라면서 "자기편 정치인만 사면 하고 야당의 정치인과 경제인에 대한 사면은 불허하는 것은 사실 국민적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