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고위공직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국민 네 명 중 세 명은 이 같은 주장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4일 나왔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가 지난 4일 각각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인사청문 제도에 대해 물은 결과, '후보자의 도덕성과 정책 능력을 모두 공개로 검증해야 한다'는 응답이 76%,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능력 검증은 공개해야 한다'는 응답은 19%로 집계됐다.

한국갤럽은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보다 '도덕성을 포함해 모두 공개 검증' 응답은 5%포인트 높아졌고, '도덕성은 비공개로 하자'는 응답은 4%포인트 줄었다.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검증할 때 무엇을 더 우선시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도덕성'이라는 응답과 '정책 능력'이라는 응답은 47%로 같았다. '정책 능력'을 더 중시하는 응답자들도 69%가 도덕성 검증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57%가 '도덕성 우선', 38%가 '정책 능력 우선'이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도덕성'을 34%, '정책 능력'을 61%로 꼽았다.

한국갤럽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에도 같은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도덕성(39%)과 능력(45%)이 비슷했고,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에서는 도덕성(66%)을 능력(27%)보다 우선시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여야가 바뀌며 지지층의 견해도 바뀐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무안주기식 청문회 제도로는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면서 "도덕성 검증 부분은 비공개 청문회로 하고, 그 다음에 공개된 청문회는 정책과 능력을 따지는 청문회로 개선돼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인사청문회 제도를 능력 검증과 개인 문제를 분리해서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야당이 반대한다면 다음 정권부터 적용한다는 단서를 달더라도 청문회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은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한다 해도 고위공직 후보자의 개인 신상이나 도덕성 검증은 지명되는 순간부터 야권이나 언론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현실적으로 이를 제약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 방식을 변경하더라도 후보 지명 전 검증 시스템 개선 없이는 반복되는 인사 난맥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