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6일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한 전단지를 배포한 30대 청년을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취하한 것에 대해 "좀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군 이래 최고의 위선자, 조국을 넘어서는 우주 최고의 위선자"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원 지사는 이날 '모욕죄 운운하면서 더 이상 국민을 협박하지 말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모욕죄로 국민을 고소한 것도 좀스럽고 민망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고소를 취하하면서까지 좀스러운 행태를 보였다"고 썼다.
그는 "국민에게 부끄러워하며 사과는커녕, 왕이 신하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마냥 '수용했다'는 표현을 썼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도 사안에 따라 모욕죄 추가 고소 가능성도 있다느니,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도리어 국민에게 엄포를 놓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7월 국회 인근에서 문 대통령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을 비판한 전단지를 배포한 김정식(34)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지난 4일 고소 취하를 지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를 밝히면서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경우에 대해서는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고소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원 지사는 문 대통령에게 "앞에서는 선한 얼굴로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는 발언을 했다"면서 "뒤로는 국민을 고소하여 2년 동안 고통을 주는 위선을 보였다"고 했다. 이어 "단군 이래 최고의 위선자, 조국을 넘어서는 우주 최고의 위선자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고 했다.
또 원 지사는 "북한 김여정에게는 아무 반발도 못한다는 비판도 이제 입이 아프다"면서 "모욕죄 고소를 권유받았을 때, '모욕죄가 아니라 국가기밀누설죄로 고소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 독일 콜 총리의 대범한 유머를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고죄가 아니었다면, 또다시 선한 양의 얼굴로 아랫사람인 비서관의 실수라고 둘러댔을 것인데 그러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고 했다. 모욕죄는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한 친고죄다. 경찰이 김씨를 모욕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자 '문 대통령이 김씨를 고소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확산됐다. 경찰은 고소인을 공개하지 않았다.
원 지사는 "대통령 및 고위공직자는 국민의 무한한 비판대상이 되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면서 "모욕죄로 고소한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심각한 협박"이라고 했다.
'좀스럽다'는 표현은 문 대통령이 직접 페이스북 글에서 사용하면서 사용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12일 경남 양산 사저 부지 중 농지 형질 변경과 관련한 야당의 문제 제기에 대해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라면서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