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민주당 신임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것은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통합’을 강조하기 위해서 시작했고, 그 이후 추미애·이해찬 전 대표로 이어지면서 ‘전통’이 됐다.
◇문재인 ”박정희는 산업화의 공, 이승만은 건국의 공”
문 대통령은 2015년 2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승리했다. 전당대회 후 기자회견으로 지도부 첫 일정으로 현충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 계획을 밝혔다.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의 공이 있고,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의 공로가 있다”는 게 당시 문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어 전당대회 하루 뒤 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한 뒤 방명록에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입니다.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꿈꿉니다”라고 적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승만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찾았고, 헌화·분향하고 묵념했다.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의) 참배를 둘러싸고 갈등하는 것은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진정한 화해와 통합의 길로 가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신임 당대표’의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는 당내에서 긍정적인 반응만 얻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정청래 의원은 ‘유대인의 히틀러의 묘소 참배’, ‘우리 민족의 일본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비유하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국민 과반이 두 전직 대통령 참배에 공감한다는 조사가 나오는 등 여론은 긍정적이었다.
◇추미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갖춰야”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2016년 8월 29일, 당시 추미애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충원에서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그는 이어 국회에서 첫 최고위를 열고 참배 사실을 알리면서 “독재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있는 그대로 쓰여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갖추는 것이 4·13 총선 민심을 받드는 것이란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자랑스러운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며 “독재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게 하되 공과를 냉정히 하는 것은 국민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이낙연 전 대표는 코로나19 방역 제한으로 취임 직후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를 하지 못했다.
◇이해찬 ”평화공존 시대 길목에서 예 표해야”
이해찬 전 대표는 2018년 8월 27일 집권여당 대표로 취임한 후 첫 일정으로 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당선 순) 묘역을 참배했다. 이 전 대표는 2012년 민주통합당 대표에 당선됐을 때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찾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현충탑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나라다운 나라! 평화로운 나라를!’이라고 적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참배를 마친 뒤 “두 분(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묘역은 이번에 처음으로 참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분단 70주년을 살아왔는데, 이제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평화공존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두 분에게도 예를 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배를 했다”고 설명했다.
◇송영길 “자주국방 공업입국 헌신 기억합니다”
송영길 신임 민주당 대표도 이날 현충원에서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선 큰절을 했다.
이전 대표와 비교해 송 대표는 묘역을 참배할 때마다 소회를 자세히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선 방명록에 “실사구시 김대중 대통령님 정신 계승해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에는 “군정종식 하나회 해체, 대통령님 사자후를 기억합니다. 민주주의 지켜나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선 방명록에 “자주국방 공업입국, 국가발전을 위한 대통령님의 헌신을 기억합니다”라고 썼고,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에선 “3·1 독립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하신 대통령님의 애국독립정신을 기억합니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송 대표는 박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주변 환경을 둘러보며 “이쪽이 자리가 제일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에선 이 전 대통령이 태평양전쟁을 예견한 것을 언급하며 “국제 정세를 제대로 본 것은 이승만과 김대중이 유일하다고 본다.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차치하더라도”라는 감상을 남겼다.
송 대표는 전직 대통령 참배 후에도 장군묘역으로 이동해 고(故) 김종오 장군과 손원일 제독 묘역에 참배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묘역과 독립군무명용사 위령탑도 찾았다. 김 장군과 손 제독은 각각 한국전쟁 당시 강원·춘천에서 첫 승리를 거두고, 첫 해군참모총장을 지내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업적이 있다.
송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역대 여야 대표 누구보다 가장 많은 곳에 참배했다”는 현충원 관장의 말을 전하고, “민생에 집중하고 통합과 화합의 행보를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