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자신을 비난하는 전단을 배포한 보수 성향 시민단체 대표 김모(34)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전단 배포에 의한 모욕죄에 관련해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모욕적 표현 감내하는 것 필요하다는 지적 수용”
박 대변인은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들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혐오스러운 표현도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용인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씨를 고소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안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떠나 일본 극우 주간지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민의 명예, 남북관계 등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대응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김씨가 배포한 전단지에는 일본의 한 주간지에 실린 ‘북조선(북한)의 개’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박 대변인은 “하지만 (문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하며 이번 사안에 대한 처벌의사 철회를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경우에 대해서는 “적어도 사실관계 바로잡는 취지에서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소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국격과 국민의 명예, 국가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고소당한 김씨 “경찰이 ‘꼭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씨는 2019년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분수대 주변에서 ‘민족문제인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문 대통령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을 뿌린 혐의를 받는다.
당시 김씨가 뿌린 전단 앞면에는 문 대통령을 비방하는 문구가 담겼다. 뒷면에는 문 대통령과 박 전 시장, 유 이사장 등의 선대가 일제강점기 때 어떤 관직을 맡았는지 등이 적혔다.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인 ‘모욕죄’는 피해자 본인이나 법정 대리인이 직접 고소해야 기소가 가능한 친고죄다. 문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의 법정 대리인이 고소를 했다는 의미다.
이 사건은 2년 전에 일어났다. 하지만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지난달 김씨를 모욕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다시 불거졌다.
김씨는 지난해 6월 언론 인터뷰에서 “첫 조사를 받을 때 경찰이 ‘해당 사안이 VIP(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북조선의 개라는 표현이 심각하다. 이건 꼭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북한에서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라고 말해도 가만히 있으면서 왜 국민에게만 이러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조선의 개’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일본 잡지사에서 사용한 표현을 번역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JTBC) ‘썰전’에 나와 국민들이 비난이나 비판을 해도 본인이 참겠다고 말했다”면서, 전단지를 배포할 때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최초 출석요구서에 ‘대통령 문재인에 대한 모욕’이 제목으로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