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한국 산업통상부를 비롯해 일본대사관, 이스라엘 외교부 등이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지출한 대미 로비 자금이 명시돼 있다.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

미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한 지난해 산업통상부 대미(對美) 로비 자금이 전년 대비 2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비 자금은 우리 정부가 현지 로펌 등 로비 대행 업체에게 지급한 돈이다. 이 업체들은 현지 정부의 정책 동향을 파악하고 현지 정부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18일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로비업체로 선임한 미국 대형 로펌 아놀드앤포터(Arnold&Porter), 홀랜드앤나이트(Holland&Knight), 호건로벨스(Hogan Lovells)에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56만8759.51달러(약 23억9000만원)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년(약 20억3000만원)보다 17.6% 늘어난 것이다.

함께 공개된 세부 활동 내역을 보면 산업부가 로비 자금을 확대한 배경을 유추할 수 있다. 홀랜드앤나이트는 미국 법무부에 신고한 로비 자금 세부 이용 내역에 "한국 산업부를 위해 한국 장관들과 주정부 및 지방정부 관계자 간의 회의를 주선하고 현안 논의를 위해 통화나 메일을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세부 논의 현안으로는 ▲무역 ▲에너지 ▲디지털 보호 ▲반도체 ▲인도·태평양 파트너십 ▲미국 내 한국 경제 프로젝트 지원을 명시했다.

홀랜드앤나이트의 2024년 로비 자금 사용 내역과 비교하면 '반도체'와 '에너지'가 새로운 논의 현안으로 추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과 무역확장법232조에 따른 보편관세와 국가별·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한국 산업통상부에 미국 상무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미국 무역대표부 사무실, 미국 국제무역법원과 관련된 법률 분석을 제공했다고 언급돼 있다.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

또 아놀드앤포터는 지난해 한국 정부를 위해 '미국 상무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미국 무역대표부 사무실, 미국 국제무역법원과 관련된 신규 혹은 진행 중인 무역 조치(U.S. trade actions) 및 절차에 관한 법률 분석 제공', '다른 국가들과의 미국 무역 정책 및 협상 상태와 관련된 법률 분석 제공' 등을 진행했다고 신고했다. 또 수출통제(export controls) 에너지 미국 경제 세계무역기구(WTO)와 관련한 새로운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 등도 명시했다.

아울러 호건로벨스는 산업부에 '미국의 규제 정책 및 당사자(산업부)가 관심을 갖는 국제 무역(international trade) 관련 사안에 대해 조언과 자문을 제공'했다고 신고했다.

미국은 외국 정부나 기업을 대신해 정치·정책 활동을 하는 미국 현지 로비 업체 및 로펌에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른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각국 정부와 대사관, 기업 등 의뢰인(Foreign Principal)과의 계약 내용, 수행 활동, 정부 관계자 접촉 내역, 지출 등을 정기적으로 법무부에 신고하도록 한다. 공개 내역을 보면 국내에서는 정부 외에도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로비업체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정부와 입법기관에 특정 이슈에 관한 의견서를 전달하려고 해도 보통 로비 업체를 통해야 한다"면서 "통상과 대미 투자 이슈가 많아지면서 로비 업체를 찾는 수요도 자연스레 늘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