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인 모습. / 뉴스1

한국의 3500억달러 규모 대미(對美) 투자를 총괄할 '한미전략투자공사'가 18일 출범했다. 공사 존속 기간은 20년으로 정해져 있는데 투자 프로젝트 기간은 미국과 협의로 정하도록 법령에 정해져 있다. 공사가 없어진 상태에서 투자는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대미 투자를 무기한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반면 "장기 투자를 하면 원리금 회수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 사업 존속 기간 韓美가 협의해 결정... 50년도 가능

한국의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는 작년 한미 정부의 관세 협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미국이 부과한 상호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2000억달러 규모를 미국 반도체·에너지·의약품·인공지능(AI) 등 전략 산업에 현금 투자하고 1500억달러는 민간 주도로 조선업에 대출·보증 등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의 투자 사업 선정 기준은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한미전략투자특별법과 6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시행령에 담겼다. 특별법에서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되는 사업'에 투자한다고 했다. 이어 시행령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개별 사업별 예상 존속기간 동안 대한민국으로 분배되는 총 예상 수입으로 그 개별 대미투자 사업에 대한 원리금을 전부 충당할 수 있는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투자'라고 정의했다.

한미전략투자공사는 2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한 뒤 해산하도록 법률에 규정돼 있다. 반면 투자 사업의 존속 기간은 명시돼 있지 않다. 시행령에는 "개별 대미투자 사업의 예상 존속기간은 한국과 미국이 협의해 결정한다"고 돼 있다. 20년 이상 장기 투자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공사가 없어진 상태에서 대미 투자가 장기간 묶이면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통상부는 원전 등 장기 투자가 불가피한 사업이 있기 때문에 기간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사업 기한 제한은 두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리는 일본과 달리 대미 투자 프로젝트 결정 전 국회 보고 절차가 있다. 사업 존속기간이 무리하게 길어지는 경우를 막을 수 있는 제어 장치가 될 수 있다.

투자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대미 투자는 사실상 한국이 미국에 일정 금액을 대출해주는 구조"라면서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길수록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높아지듯, 대미 투자도 사업 기한이 길면 투자 요건인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하기가 쉬워진다"고 했다.

◇ 日 1호 투자 '화력 발전소' '인공 다이아몬드' '석유·가스 수출 항만'

한미전략투자공사는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조만간 선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사업 기간 총 예상수익으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만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가운데, 지난 2월 1호 투자처로 ▲미국 오하이오주의 가스 화력발전소 건설 ▲조지아주의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시설 건설 ▲텍사스주의 석유·가스 수출 항만 정비 3개를 발표했다. 투자액은 360억달러(약 55조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