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빅스텝'이 가능하다는 시장의 기대감에 대해 "시장의 흐름에 끌려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했다. 7월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두 단계(0.05%포인트) 인상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신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 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금리를 조금 더 빠르고 많이 올릴 수 있다는 시장 기대감에 대한 한국은행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빅스텝 이야기가 나왔던 때는 채권 금리가 높고 환율도 많이 올라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고공 행진하던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란 종전 협상 타결 이후 안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보여주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0일 장중 4%까지 치솟았지만, 하락 전환해 이날 3.7%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1550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도 151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금껏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밟은 것은 2022년 7월과 10월 두 번뿐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12월 3.7%까지 높아졌는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2022년 7월 6.3%까지 치솟았다. 당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년 만에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등 주요 경제국이 돈줄을 조이던 때다.
한편 신 총재는 임금 인상이 물가를 더 높이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IT 기업의 성과급이 지급되면 다른 산업의 임금 인상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임금이 상승하면 소비 수요가 확대돼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신 총재는 "임금 상승이 비용과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방 압력을 더 높일 우려가 있다"며 "5월 통화정책방향회의 때보다 임금 수요가 생각보다 더 강한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신 총재는 늘어난 세수를 국가 채무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 총재는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재정적으로는 튼튼한 편"이라며 "재정 상황이 좋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둘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수 혜택에 따르는 국가 사업이라든가 그런 논의는 지금 막 시작을 하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한국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