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시내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스1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14일(현지시각) 타결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석유 최고가격제'가 당장 종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전쟁 종료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국제유가 90달러 이하 안착 등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석유 최고가격제를 종료할 수 있다고 해왔다.

◇ 정부, 유가 변동성 줄고 호르무즈 갇힌 韓 선박 모두 나와야 '정상화'

1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3.9% 하락한 84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8% 떨어진 8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합의가 마무리됐다.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전적으로 승인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석유 최고가격제는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봉쇄 사태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미·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지난 3월 13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23조에 근거해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설정했다. 6차 조정을 거쳐 현재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당 1934원, 경유 1923원으로 묶여 있으며, 지난달 22일부터는 조정 주기도 2주에서 4주로 늘렸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전쟁이 종료되거나 안정되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끝내겠다는 기본 방침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7차 최고가격제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오는 19일에는 종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는 지난 10일 '세 조건 중 종전을 제외한 둘은 충족됐다'는 보도에 대해 "아직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했다. 먼저 국제 유가에 대해 "최근 다소 하락했지만 큰 폭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국제 유가 불안이 해소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변동성이 줄어드는 것까지 확인돼야 조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부는 또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도 계류된 한국 선박 24척이 모두 빠져나와야 안정화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란이 설치한 기뢰 제거와 안전 항로 확보가 필요한 데다 전 세계 선박 약 2000척이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병목 현상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 물가 잡는 수단 된 최고가격제…"요건 충족돼도 해제 장담 못해"

산업부가 제시한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더라도 최고가격제가 더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원유 가격이 과거로 돌아가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최고가격제 시행, 수입선 다변화에 따른 비용 보전 지원 등으로 물가 상승 압박을 최소화하고자 한다"고 했다.

정부에 따르면 최고가격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 5월 0.6%포인트(p), 4월 1.2%p, 3월 0.6%p 각각 낮춘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부는 최고가격이 국내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200원대 후반, 경유는 300원대 중반 정도씩 낮춘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가격제 시행에도 5월 물가 상승률은 3.1%로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석유류 물가가 전년 대비 24.2% 오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