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자 세계 주요 국가에서 '금리 인상' 신호가 강해지고 있다. 오는 11일 유럽연합(EU), 16일 일본, 18일 미국의 중앙은행이 차례로 기준금리를 발표할 예정이다.
만약 주요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높여 돈줄을 조이면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슷한 상황이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 실제로 벌어진 바 있다.
◇ 6월 미국·유럽·일본 '통화 긴축 전환' 유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한국 시각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가 연 3.75%로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장은 결론보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의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그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내비친다면 미국이 긴축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물가를 고려하면 미국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8% 급등해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FOMC 내부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5월 말 공개된 '4월 FOMC 회의록'에는 "다수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상회하면 정책 긴축(금리 인상)이 적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금리가 완화(인하)로 기울어져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문구를 성명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 5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3.2% 상승해 2023년 9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일본도 유동성 축소를 예고한 상황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3일 "금리 인상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요국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돌아서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도 가장 빠른 7월이 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연내 4회 인상도 가능한 셈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후 가진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현재 상황에서는 통화 정책의 시점이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 주식·채권 동반 폭락한 우크라이나 전쟁 데자뷔 우려
시중 통화량이 흡수되기 시작하면 주식·채권이 모두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유가는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물가를 끌어올려 채권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한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높이면, 기업의 투자 비용이 올라가 다시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다.
미국은 2022년 물가가 폭등하자 금리를 3월 1.7%에서 연말 4.5%까지 일곱 차례 인상했다. 그러자 국채 시장을 대표하는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3월 1.7%에서 11월 4%를 돌파했다. 동시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도 같은 기간 21%와 26.6% 하락했다.
주식·채권이 같이 움직이는 것은 전쟁 등 대외 변수가 물가를 자극할 때 나타난다. 경제 호황으로 주가가 오르고 경기가 과열될 때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과거와는 다른 것이다. 전쟁 때는 국제 유가가 주식·채권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두 자산이 함께 오르내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성장 둔화는 주식에 악영향을 미치고, 인플레이션은 채권에 부정적이며, 석유 부족은 두 가지 위협을 동시에 야기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