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전주 본사 전경./조선DB

정부가 앞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을 사내에 적립하는 기존 퇴직금 제도 대신 외부 금융 기관에 적립하는 '퇴직연금' 방식으로 일원화하겠다고 지난 2월 밝혔다. 그러면서 개인과 기업별로 흩어진 퇴직연금을 하나로 묶어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운용하기 위해 노사와 투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별도의 독립된 기금운용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에 국민연금공단을 참여시킬지 여부를 민관 합동 실무작업반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7일 전해졌다. 실무작업반에는 고용노동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노사 등이 참여한다.

국민연금은 수천조원에 달하는 자산 운용 경험이 있는 만큼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에 참여하는 것이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반면 실무작업반 내부에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성격이 다르다며, 국민연금 참여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수익률 제고 도울 것" vs "검증된 바 없다"

국민연금공단은 그동안 약 20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을 운용해 본 경험을 살려, 퇴직연금 수익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현재 국민연금이 연금을 운용하는 방식은 특정 시기(만 65세)에 정해진 돈을 받는 확정급여형(DB)이다. DB 상품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8%, 퇴직연금은 약 2.4% 수준이다.

반면 실무작업반 내부에선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운용 역량은 아직 검증된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운용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직하는 시기에 퇴직금을 지급해 해당 시점의 운용 현황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확정기여형(DC)으로 도입된다.

민간 금융사도 국민연금의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 참여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민간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이 퇴직연금을 운용해 왔다. 퇴직연금 운용을 위해 영업망 확충 등 각종 인프라 투자를 해왔는데, 국민연금이 참여하면 금융사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 중소기업 등 운용에 제한적 참여도 거론

실무작업반 내에선 중소기업이 맡긴 퇴직연금에 한해 국민연금이 운용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자산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굴려온 국민연금이 운용에 참여한다고 하면 중소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퇴직연금을 도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92.1%에 달한 반면 30인 미만 사업장은 23.2%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