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 / 뉴스1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미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대비 모두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를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가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반도체 슈퍼 사이클 속 외국인이 주식 차익 실현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나 대만보다 국내 외환시장이 개방돼 있어 외환당국의 개입 효과도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중동 사태 이후 원화, 달러-위안화-엔화 대비 모두 절하

4일 미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3.6원 상승한 153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달 15일부터 12거래일 연속 1500원대로 거래를 마친 데 이어 이날 장중 1500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였던 2009년 2월 24일부터 3월 10일까지 11거래일 연속 1500원대였던 기록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중동 전쟁 직후 본격화됐다. 환율은 중동 전쟁 직전 1400원대 중반에서 최근 1500원대로 5.3% 올랐다(2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그런데 이 기간 원화 가치는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대비로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위안화 대비 원화 환율은 6.9% 올랐고,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2.8% 상승했다.

중동 전쟁 이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달러화 표시 자산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화와 엔화 등 주요 아시아 국가 통화 가치가 하락했다.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 국가로 전환된 2019년부터 국제유가가 오르면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 순수입국이고 중동 의존도가 높아 타격을 크게 입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중동 전쟁 이후 2.4% 올랐다.

한국과 일본은 최근 외국인이 주식 대규모 순매도에 나섰다는 점도 비슷하다. 올해 1~5월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100조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일본 주식시장에서도 1조7000억엔(약 16조2000억원) 넘게 주식을 순매도했다.

다만 일본보다 한국 주식 순매도 규모가 큰 것은 국내 외국인 투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쏠려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위험을 분산할 만한 다른 주식이 없다는 것이다.

◇ 위안화, 4년 만에 최고... 韓, 시장 개방돼 당국 개입 효과 떨어져

반면 중국 위안화는 중동 전쟁 여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최근 강세다. 달러화, 엔화, 원화 등 24개 통화에 대한 중국 위안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바스켓지수(CFETS RMB Index)는 2일 101.41로 2022년 9월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을 관리한다는 특성도 있다. 최근 우리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환율이 꾸준히 1500원대를 넘는 것에 대해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중국, 대만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외환시장 개방성이 크다고 볼 수 있고, 이는 외환당국의 개입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대만은 정부가 기업과 투자자에게 외환 실수요 증빙을 요구하는 등 개입과 관리의 강도가 우리나라와 다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