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꾼 지역에서 대형마트 매출은 늘었지만, 전통시장 매출은 줄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온라인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주말 영업 제한이 '전통시장 보호'보다 '온라인 소비 확대' 효과를 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형마트 '월 2회 주말' 의무휴업 제도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2012년 도입됐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 소비 대체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제도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 폐지안을 밝힌 2024년 1월 22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의무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 대형마트·SSM·아웃렛 매출 대체로 늘고, 편의점 줄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시사하는 유통 정책의 전환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에 대해 월 2회 휴업일을 지정하는 규제다. 당초 공휴일 휴무를 원칙으로 운영됐지만, 대구·청주·서울·부산·경기 등 일부 지자체는 최근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시·군·구는 30곳으로, 전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13% 수준이다.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의 업태별 매출 효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KDI는 평일 전환 지역과 미전환 지역의 전후 월평균 매출 흐름을 비교하는 회귀분석 방식으로 정책 효과를 추정했다. 쉽게 말해 A 지역 대형마트 매출이 평일 전환 뒤 8 늘었고, 같은 기간 다른 지역 매출이 3 늘었다면, 나머지 5를 A 지역의 평일 전환 효과로 보는 방식이다. 전국 소비 흐름에 따른 매출 변화를 제외하고, 평일 전환의 영향을 따로 계산하기 위한 것이다.

분석 결과 대형마트 매출은 주요 지역에서 일관되게 증가했다. 평일 전환 효과는 직전 연도 월평균 매출액 대비 대구 4.7%, 서울 2.8%, 부산 6.2~7.9% 수준으로 추정됐다. KDI는 "맞벌이 가구나 자녀가 있는 가구는 주말에 소비를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가 선호하는 시점에 장보기가 가능해지면서 선택권과 편의성이 확대된 영향"이라고 했다.

SSM도 대구 3.4%, 서울 0.9%, 부산 동래구 4.1%의 매출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부산 사하구·강서구·동구·수영구에서는 1.3% 감소했다. 쇼핑센터·쇼핑몰·아웃렛 등 현대대형유통 업태에서는 매출 증가가 관찰된 반면, 편의점 매출은 일부 지역에서 감소했다. KDI는 "대형마트 주말 접근성이 회복되면서 편의점·SSM으로 분산됐던 수요 일부가 대형마트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대대형유통 업태는 주로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형성되기에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 전통시장 악영향 '글쎄'… "다른 지자체도 평일 전환 검토해야"

주목할 부분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매출 감소를 뒷받침하는 일관된 결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생활·식품·잡화와 농축수산·전통 유통 업태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마이너스 추정치가 나왔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라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대구의 생활·식품·잡화 업태, 서울의 농축수산·전통유통 업태에서는 오히려 15.4%, 12.8%의 매출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평일 전환 이후 온라인 소비 변화.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반면 온라인 소비는 줄었다. KDI가 가장 먼저 평일 전환을 실시한 대구시의 온라인 결제 금액 변화를 분석한 결과, 온라인 소비 감소 효과는 2.89%로 추정됐다. 특히 20대, 30대, 40대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KDI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같은 규제 완화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매출 감소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일부 소비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채널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한 번의 클릭으로 구매가 이뤄지는 유통 환경에서는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제약이 온라인 채널로의 소비 이동 촉진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지자체도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