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도국에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유상 원조 프로그램인 EDCF(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신규 승인액을 올해부터 3년간 연평균 3조원 규모로 줄인다고 12일 밝혔다. 작년 윤석열 정부 때 세웠던 연평균 신규 승인액 목표 4조7000억원에서 축소되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EDCF 신규 승인액 목표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방향을 전환한 것은 윤석열 정부 때 이 사업이 청탁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영향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정부 때 캄보디아 EDCF 집행 금액이 급증한 것은 통일교 청탁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12월 EDCF 사업을 관리하는 수출입은행 업무 보고에서 "EDCF 분야는 특별히 국민적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영역도 아니다 보니까 자꾸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측면이 있어 보여서 걱정이 된다"며 "부패의 여지가 많은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울란바토르에 지어진 진단치료센터. 총 5층 규모로 첨단 의료기기와 원격 진료 시스템 등을 보유하고 있는 진단치료센터는 한국 정부의 유상원조 사업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5550만 달러가 지원돼 2019년 건립됐다. / 연합뉴스

재정경제부는 '2026~2028년 EDCF 중기 운용 방향'에서 "올해부터 3년간 EDCF 신규 승인액 목표를 연평균 3조원 규모, 총 9조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매년 발표하는 EDCF 운용 방향에서 향후 3년간 신규 승인액 목표를 제시해 왔다. 그동안 신규 승인액 목표는 ▲2022~2024년 11조4000억원 ▲2023~2025년 11조7000억원 ▲2024~2026년 13조8000억원 ▲2025~2027년 14조1000억원 등 증가 추세였다. 실제 집행액은 매년 1~2조원 수준이다.

재경부는 "전 세계적으로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지원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나, 공여국들의 재정 긴축 및 국방비 증액 등 영향으로 지원 규모는 감소하는 추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업의 투명성·공정성과 기금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해 질적 내실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향후 유상 원조는 지금처럼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하되, 지원 분야는 인공지능(AI)·디지털·문화·공급망·탈탄소 등을 중심으로 하기로 했다. 현재는 도로·상하수도 등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건설 투자에 집중돼 있다. 또 사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발굴·승인·평가 등 모든 단계에 사업 및 담당자 정보를 홈페이지에 전면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매년 특정 지역·분야를 선정해 현장 점검과 재외 공관이 모니터링하도록 할 예정이다.

재경부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원조를 받는 나라 사정으로 절차가 지나치게 지연되는 경우에는 승인 취소도 검토한다. 사업 취소로 생긴 재원은 핵심 사업에 재투자한다. 또 현재 0.01~2.5% 수준인 EDCF 사업 금리를 장기적으로는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은이 시장에서 차입한 저리 자금을 개도국에 융자하고, 수은 금리와 차입 비용 간 차액을 정부가 보전하는 경협증진자금 이차보전은 상한 설정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