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조업·건설업·도소매업 등 상당수 업종을 10년 이상 운영하면 가업 상속 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지금의 세제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주차장과 빵 안 굽는 베이커리형 카페 등이 제외되는 등 적용 대상 업종이 축소된다. 또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정부 심사를 거쳐야 하는 방식으로 바뀔 전망이다. 의무 사업 운영 기간도 현재 최소 10년에서 상향 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가업 상속 공제는 대(代)를 이어 승계할 만한 사업 노하우가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상속세 부담에 사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하려는 취지로 1997년 도입됐다. 그런데 다섯 차례 법·시행령 개정을 거쳐 지금은 주차장, 주유소 등 특별한 노하우 없이도 부지와 시설을 갖추면 누구나 영업이 가능한 업종도 가업 상속 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상황을 보고받은 뒤 "주차장이 무슨 가업이냐"며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반도체에 특화되어있기 때문에 가업성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청와대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일부 대형 베이커리가 부동산 상속 과정에서 꼼수 감세를 받고 있다"며 관련 부처에 제도 보완을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제4차 비상경제 점검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 빵 사다 팔면서 '제과점업' 등록한 카페, 주차장은 가업 상속 공제 못 받는다

국세청과 재정경제부는 이날 국무회의에 '가업 상속 공제 실태조사 결과 및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가업 상속 공제 대상 업종을 조정해 올해 세법 개정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차장업 등 지원 타당성이 낮거나, 빵을 안 굽는 카페 등 음식을 제조하지 않는 식당 등은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다.

현재 가업 상속 공제 대상에 제과점업은 포함되고 카페는 안 된다. 이에 제과점업으로 등록해 가업 상속 공제를 받고 실제로는 빵을 굽지 않고 음료 위주로 판매하는 대형 베이커리형 카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이 최근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 25개를 조사한 결과 44%(11개)가 가업 상속 공제를 남용한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개 업체는 빵보다 음료를 주로 판매했고 일부는 직접 빵을 굽지 않고 완제품을 사다가 파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또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최소 의무 사업 기간을 현재 10년에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10년을 운영한 것이 어떻게 가업이냐"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상속받은 사람이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기간도 현재 5년에서 상향 조정한다.

정부는 아울러 공제가 적용되는 토지 범위를 축소하고, 면적당 공제 한도 금액을 정하기로 했다. 지금은 가업에 직접 사용되는 기계장치, 건축물, 토지 등 사업용 자산에 대해 공제해준다. 토지는 도시 상업 지역은 건축물 바닥면적의 3배, 도시 지역 이외는 7배까지 해준다.

한 구청 주차장. 사진과 기사 내용은 관계없음. /연합뉴스

◇ "수도권 자가 사설 주차장 58%, 가업 상속 공제 대상에 포함된 후 생겨"

가업 상속 공제는 1997년 도입 이후 다섯 차례 개정됐다. 처음에는 5년 이상 사업을 운영한 중소기업에 한해 최대 1억원만 공제해줬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공제 한도가 최대 30억원으로 늘고 의무 사업 운영 기간이 15년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후 공제 한도가 계속 확대돼 2023년 600억원이 됐고, 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도 포함됐다. 적용 대상 업종도 늘었다.

현재는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운영하다가 상속하면 300억원까지 상속세에서 공제해준다. 20년 이상 운영하면 400억원, 30년 이상은 600억원까지 상속세 과세 대상 금액에서 빼준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상장기업의 경우 최대주주가 지분 20% 이상만 가지면 가업 상속 공제 요건을 충족한다"고 했다.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자가 사설 주차장 1321개 중 58%(761개)는 주차장이 가업 상속 공제 대상에 포함된 2020년 이후 개업했다고 한다. 또 이 주차장 94%는 고용 인원이 없고, 58%는 연 매출 100만원이 안 되는 등 제대로 운영되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도심권 주유소 5개의 평균 가업 상속 공제 금액은 62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