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농협중앙회장을 조합원 187만명이 직접 뽑는 직선제로 선거제를 개편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지금은 조합원을 대신해 조합장 1110명이 투표하는 간선제다.
일각에선 직선제로 뽑힌 중앙회장의 권한이 이전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민들의 투표로 당선된 '농민 대통령'이라는 대표성을 갖는 자리가 될 수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중앙회장 권한을 제한하는 보완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여당과 정부는 당정협의회를 갖고 중앙회장 선거 방식을 조합장 간선제에서 조합원 직선제로 개편하는 내용으로 농협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중앙회는 1961년 출범 이후 1990년부터 선거로 회장을 뽑았다. 이후 선거 제도가 두 번 바뀌었다. 처음에 전국 지역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을 뽑다가, 지역별 대표 조합장 격인 대의원이 간선(間選)했다가, 다시 조합장이 뽑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강호동 현 회장은 2024년 조합장 투표로 선출됐다.
◇ 조합장에게 투표권 줬더니 회장이 인사·재정 특혜
조합원 직선제 도입은 중앙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직선제는 선거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 것이란 우려로 도입되지 못했다. 또 농민들이 직접 뽑은 조합장이 농민 의사를 충분히 대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간선제로 치러진 그동안의 선거 과정에서 중앙회장이 투표권을 가진 조합장에게 표를 받은 뒤 취임 이후 인사상 특혜를 주거나 회장이 재량껏 배분할 수 있는 무이자 자금을 몰아주는 등 일종의 보은을 하는 형태로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식품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농협 일반 조합 1052개의 2024년 무이자 자금 지원액은 조합당 평균 121억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다. 그런데 조합장이 중앙회 이사로 재임 중인 18개 조합에 나간 무이자 자금은 181억원으로 26.3%나 늘었다.
◇ "직선제 땐 선거 비용 190억 추가로 들 듯"
농식품부는 중앙회장 직선제를 도입하면 선거 비용이 170억~190억원 정도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조합장 선거에 약 270여억원이 드는데 추가 비용이 생기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앙회장 선거와 조합장 선거를 함께 실시해 선거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했다.
농협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농협중앙회장을 조합원 전원(187만명) 직선으로 뽑게 되면 중앙회장의 지위가 막강해질 수 있다"면서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권한 남용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직선제를 하면 지명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하기 때문에 정치인 출신이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렇게 된다면 농협의 정치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중앙회장 권한을 제한하는 보완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중앙회장이 중앙회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구조를 재검토할 방침이다. 또 중앙회장 선거 입후보 자격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는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하려면 조합원이어야 하고 조합장 50인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