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7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카메룬 야운데에서 제1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참석을 계기로 피유쉬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과 만난 모습. 산업통상부 제공

중동 사태 장기화로 나프타(납사) 수급 불안이 커진 가운데,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 인도에 나프타 공급 확대를 긴급 요청했다고 31일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최근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열린 제1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계기로 피유쉬 고얄(Piyush Goyal) 인도 상공부 장관과 만났다"고 말했다.

나프타는 반도체·자동차·의약품 소재 생산의 핵심 원료로, 국내 수요의 45%를 수입에 의존한다. 중동산 비중이 77%에 달해 이번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품목이다. 한국은 인도와의 교역에서 매년 100억달러 이상의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인도에서 수입하는 품목 1위가 나프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도로부터의 수입에서 나프타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라고 한다.

여 본부장은 "인도 측은 수년간 양국 간 무역 구조가 불균형하다는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며 "(나프타 수입을 늘리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 대응과 한-인도 무역 구조 균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메룬에서 아이디어를 교환한 단계"라며 "앞으로 실무 협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WTO 각료회의에서는 한국의 개도국 지위 문제도 거론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3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브라질, 싱가포르, 코스타리카 등 4개국이 WTO 협상에서 특별·차등대우(SDT) 조항 적용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음에도 개도국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한 바 있다.

WTO 체제에서 개도국 지위는 자기 선언 방식으로 취할 수 있는데, 상당한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가 이를 유지해 규범 이행 유예나 무역 자유화 의무 완화 등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 문제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여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이미 개도국 지위를 공식 포기했다"며 "할 만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를 특정해 심각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