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유가가 게시돼 있다./연합뉴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이 열흘을 넘기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기준으로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05.9원 내려갔지만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지불하는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79.15원 떨어지는 데 그쳤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 공급가격에만 적용되고 주유소 판매가격에는 적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주유소 가운데 가격을 내리지 않거나 오히려 높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3일 오피넷(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전국 주유소 1만300여곳 중 148곳(1.44%)은 휘발유 가격을 올렸다. 511곳(4.98%)은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과 같은 값으로 휘발유를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주유소 업계 "가격 더 못 내린다" vs 정부 "충분히 내릴 수 있다"

주유소 업계와 정부는 가격 인하를 놓고 정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주유소 업계는 카드 수수료와 운영비 부담 탓에 추가 인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리터당 공급가와 소비자가격 차이 약 100원에서 카드 수수료 30원과 운영비를 빼면 실제 남는 것은 10~20원 수준"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정면 반박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급가와 함께 소비자가격을 이미 올린 상태에서, 공급가 인하분을 100% 반영해도 기존 마진은 유지된다"며 "카드 수수료도 정률제이기 때문에 판매가격이 내려가면 수수료도 함께 낮아진다"고 했다.

한편 주변 상권에 따라 최근 휘발유 가격을 눈에 띄게 높이는 주유소도 나타나고 있다. 청주 하이테크밸리 산업단지 입구에 위치한 한 주유소는 인근보다 리터당 120~170원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 주유소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150원을 추가 인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단지 입주 업체 임직원이 법인비용으로 휘발유 값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 국회 인근 주유소들이 주변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했던 것과 같은 구조"라고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9일 범부처 합동점검단과 함께 서울 송파구 정유사 직영 주유소를 불시에 방문해 가격, 유통, 품질 등에 불법행위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 정부, 세무조사 예고… "실효성은 미지수"

정부는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를 위해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가격을 못 내리는 이유를) 재고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번 주 중반이면 그 핑계도 없어질 것"이라며 "국세청과 공조해 세무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온다. 가격을 올렸다는 사실 자체로 탈세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고가격제에 따라 판매가격을 낮추는 주유소를 상대로 '착한 주유소' 인증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역시 "실효성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주유소 업주는 "착한 주유소가 되면 표창을 준다는 내용인데 가격 인하를 해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