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국채 발행 없이 적정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난 10일 말했다.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고 주식시장이 활성화하면서 법인세와 증권거래세가 당초 예상보다 더 걷힐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들었다.

정부가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초과 세수 예상은 적게는 6조원, 많게는 28조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 초과 세수 규모에 따라 국채 발행 없는 추경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중동상황 대응 관련 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뉴스1

◇ 최근 18차례 추경 중 4차례는 세수 초과로 국채 발행 않고 추경

실제로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을 했던 사례들이 있다. 국가재정법이 제정된 2006년 이후 정부는 총 18번 추경을 편성했는데, 이 중 7번이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았다. 7번 중 4번은 초과 세수를 활용했다.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인 2022년 5월 정부는 총 62조원 규모의 추경을 하면서 초과 세수 53조원을 재원으로 활용했다. 당시 지출 구조조정까지 하면서 국채를 7조5000억원 상환하기도 했다.

지금 시점에서 국채 발행을 동원한 추경은 정부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카드이기도 하다. 지난 9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42%로 2024년 6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적자 국채까지 찍어내면 국고채 금리가 더 올라가면서 민간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은 올해 세수가 얼마나 초과 달성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초과 세수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확한 세수 재추계는 법인세 납부 실적을 볼 수 있는 4월에나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실적을 기반으로 한 법인세는 3월 31일까지 납부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록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스1

◇ '추경 20조원' 관측 우세… 세수 초과로 모자라면 국채 발행해야

연구기관들이 전망하는 올해 초과 세수 규모는 최소 6조원에서 최대 28조원까지로 격차가 크다. 올해 정부가 잡은 국세 수입 예산은 총 390조2000억원이다. ▲소득세 132조1000억원 ▲법인세 86조5000억원 ▲부가가치세 86조6000억원 ▲기타 세목 85조원 등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초과 세수를 6조원으로 예상했다. 소득세 4조6000억원, 법인세 9000억원 등이 더 걷힐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10월 예정처는 "경제 성장률이 정부 예상보다 더 높아 소득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 봤다"며 "작년 하반기 기업 영업 실적 증가와 법인세율 인상 등에 따른 효과도 더 크게 추산했다"고 밝혔다.

국세수입 정부 예산안과 국회예산정책처(NABO) 전망 비교. /예정처 제공

하나증권은 초과 세수 규모를 9조원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법인세가 8조~9조원 더 걷힐 수 있다"면서 "만약 추경을 14조원 규모로 한다면 재원의 3분의2 이상을 초과 세수로 충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근 들어 초과 세수가 2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올해 법인세는 직전 최대 규모였던 2022년(87조8000억원) 대비 25조원가량 더 걷힐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한국투자증권 최지욱 연구원은 "법인세에서만 작년 대비 30조원가량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두 사람 전망대로 된다면 세수 초과 규모가 26조~28조원에 이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가 최대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초과 세수가 여기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면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은 힘들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