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노란봉투법'이 10일 시행됐다. 하청 노조는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 기업에도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의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도 쟁의 대상에 포함되고, 노조 파업 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도 일정 부분 제한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조와 3조를 개정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법 공포 이후 가이드라인과 해석지침을 잇따라 내놨지만 기업들의 우려는 여전히 크다. 현장에서는 기준이 모호해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주요 쟁점과 우려 사항을 짚어봤다.

① 사용자가 누구? 법적 공방 이어질 가능성도

노란봉투법의 가장 큰 변화는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 점이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했다.

노동부는 지침에서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고 여러 사례를 통해 사용자 범위를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원·하청 구조가 예시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사용자 판정 요구가 늘어나고, 이에 불복한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② 정리해고·구조조정도 교섭 대상… 사업 재편 시 갈등 확대

사업 재편 과정에서 쟁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경영계의 주요 우려로 꼽힌다. 기존에는 임금과 근로시간 등이 주요 교섭 대상이었지만, 개정법은 사업 경영상 결정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이 포함될 경우 교섭 대상이 된다고 봤다.

실제로 현대모비스 자회사 노동조합은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램프 사업 매각 불가'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공장 이전이나 생산 라인 축소 등 사업 재편 과정에서도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전기차 전환이 진행되는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압박이 큰 석유화학 산업, 조직 개편이 잦은 게임 업계 등에서 노사 충돌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사업 재편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③ 하청업체 임금, 교섭 대상 아니랬는데… 임금 투쟁 나서는 노조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조 원청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일부 하청 노조는 원청과의 교섭에서 '임금'까지 의제로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동부는 앞서 지침에서 "하청 노동자의 임금은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인 하청업체와 논의해야 한다"며 "다만 원청이 임금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결정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노조가 임금 인상을 교섭 의제로 요구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지난 3일 임금 인상과 업체 변경 시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오션 하청 급식업체인 웰리브 직원들도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농성을 진행 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8일 "일부 노동계가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안까지 교섭 의제로 요구하고 있다"며 "노사 간 분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④ 노노(勞勞) 갈등도 우려 사항

하청 근로자가 원청에 임금 인상이나 복지 확대를 요구할 경우 노노(勞勞)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하청 근로자의 임금이나 복지가 개선되면 원청 근로자의 몫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청 근로자가 원청에 직접 고용을 요구할 경우 내부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인천공항공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자 정규직 직원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⑤ 파업 손해배상 제한… 사용자, 대응 여력 축소

이번 법 개정으로 사용자가 노조에 비해 대응 수단이 줄었다는 점도 경영계의 우려 사항이다. 개정법은 노조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해 사용자 측 대응 여력을 줄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8일 "법 시행 전부터 하청 노조가 사업장 점거 농성을 벌이며 압박해왔다"며 "불법 행위를 자제하고 교섭 절차를 준수해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