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득 대비 연료비 비중이 높은 가구가 지난해 2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동 사태로 유가가 급등하고 있어, 적지 않은 가계가 과도한 에너지비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에너지 빈곤 지표 비교 분석 및 정책 활용 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이같은 연구 결과가 담겼다.

서울 전역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1월 20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고드름이 얼어있다. /연합뉴스

연구원은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 자료 등을 활용해, 유럽연합(EU) '에너지 빈곤 관측소'(EPOV)가 제시한 4개 지표를 적용한 에너지 빈곤율을 산출했다. EPOV는 EU 집행위원회가 설립·지원하는 에너지 빈곤 통계·지표 관리 플랫폼이다.

그 결과, '가구의 총소득에서 주거 에너지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국가 전체 중앙값 2배를 초과하는 경우'인 '소득 대비 연료비 비중이 높은 가구'는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자료 기준 19.5%로 집계됐다. 연구원은 "한국의 에너지 빈곤율이 EU 회원국이었다면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셈"이라고 했다.

가구 주거 에너지비 지출액이 국가 전체 중앙값 절반 이하인 '연료비 지출액이 적은 가구'의 비율(지난해 13.1%)은 26개 EU 회원국 평균(13.2%)과 비슷했다. 에너지 빈곤층에 해당하는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 간 가처분 소득 차는 2.5배에 달했다.

다만 한국의 '적절히 난방할 수 없는 가구 비율'과 '에너지 요금 체납 가구 비율'은 EU 회원국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

연구원은 "에너지 복지 관련 예산이 급증하고 있지만, 에너지기본계획 등 에너지 관련 주요 계획에서 에너지 빈곤 관련 내용·목표가 축소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에너지 가격 급등 등 위기시 에너지 취약 계층을 선제적으로 보호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에너지 빈곤 지표에 기반한 합리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