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이뤄진 이후 8일 만에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이 리터(ℓ)당 200원, 경유 가격이 317원 넘게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사태 이전인 2월에는 일주일 새 가격 상승 폭이 휘발유·경유 각각 2원, 5원씩에 불과했다. 정부는 30년 만에 '최고 가격 지정제'를 도입할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8일 오전 전국 평균 ℓ당 1893.3원으로 전날보다 3.9원 올랐다. 경유 전국 평균 가격은 ℓ당 4.82원 상승한 1915.37원이었다. 이번 중동 사태가 촉발된 2월 28일 기준 국내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은 1692.89원, 1597.86원이었다. 불과 8일 만에 200.41원, 317.51원 뛴 것이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 모두 전국 평균 가격이 20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서울의 경우 평균 값이 1945원(휘발유), 1968원(경유)에 달했고, 최고가를 기록한 주유소는 2598원(휘발유), 2658원(경유)으로 이미 2000원대 중반을 훌쩍 넘어섰다.
정부는 이번 주말과 다음 주 국내 유가 추이를 보고 최고가격 지정제 도입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임시 국무회의에서 검토를 지시한 제도다. 현행 석유사업법 23조에 '석유의 수입·판매 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하거나 등락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전제로 근거를 두고 있는 제도이지만, 석유 가격 자유화가 이뤄진 1997년 이후 발동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중동 사태로 국제 유가가 오르고는 있지만, 통상 2주가 걸리는 시차 없이 국내 석유류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정부는 판단한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오를 때만큼 내릴 때는 국내 유가에 빨리 반영이 안 되는 경향이 실제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시장 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에 최고가격제 도입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최고가격 지정제를 통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억제할 경우 정유사와 주유소의 수익성이 악화해 공급 물량을 줄이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이번이 선례가 돼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최고가격 지정제 도입 이전에 유류세 인하폭 확대와 비축유 방출 등 다른 선택지도 함께 검토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는 현재 유류세 추가 인하 여부를 검토 중이다. 또 전시 등 비상 상황에 풀 수 있는 원유·석유제품 208일분을 비축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비축유와 별개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원유 600만배럴을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긴급 도입하기로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