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밀가루 담합 사건의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는 중간 조사 결과를 외부에 공표하지 않았다.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중간 조사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 공정위는 "국민의 알 권리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주요 사건에 대해서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게 공정위 방침이다. 하지만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공개하면 기업 망신주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공정위, '밀가루 담합' 사건 중간 조사 결과 이례적 발표
논란의 발단은 공정위가 지난 20일 CJ제일제당, 대선제분,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에 대해 2019~2025년 밀가루 가격 담합 혐의를 적용한다는 '심사 보고서' 주요 내용을 기자단에 보도자료로 공개하고 유성욱 공정위 조사관리관이 직접 브리핑까지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와 비슷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은 주요 사건 관련자를 기소할 때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도자료를 내고 출입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해왔다.
그동안 공정위는 중간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제재 내용이 전원회의에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 보고서에는 공정위 심사관의 제재 의견이 담긴다. 이후 1심 재판 기능을 하는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전원회의는 공정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비상임위원 등 9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공정위 심사 보고서 의견이 전원회의에서 바뀐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의 '공정위 정기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작성된 심사 보고서 87건 중 86%(75건)는 과징금이 전원회의를 거쳐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 조사 결과 단계의 제재 의견이 지나쳤다고 전원회의가 판단한 셈이다.
또 심사 보고서에서는 제재해야 한다고 했지만 전원회의에서 아예 무혐의가 나온 경우도 있다. 2016년 공정위는 소프트웨어 끼워 팔기와 강매 의혹으로 오라클을 조사했고 심사 보고서에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무혐의로 결론 냈다.
◇ 공정위 "앞으로도 주요 사건은 중간 조사 결과 공개할 것"
공정위는 이번에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유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유 조사관리관은 20일 기자 브리핑에서 "(앞으로도) 공익적 측면에서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피심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간 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중간 조사 결과 발표는 다른 규제 기관에서는 축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윤석열 정부 때 중간 검사 결과 발표를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올해 초 업무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간 검사 결과 발표를 제한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판 피의사실 공표'라는 논란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간 조사 결과 발표는) 자칫 '기업 망신주기'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면서 "기업으로서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공정위가 신중히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