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비서)'가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 추천을 넘어 디지털 화폐로 결제까지 가능한 것으로 한국은행의 모의 실험 결과 확인됐다. AI 비서는 묻는 말에 대답을 잘하는 챗봇(chatbot) 기능뿐 아니라 스스로 필요한 일을 찾아 하는 진화한 AI 프로그램을 말한다. 한은은 최근 LG CNS와 함께 'AI 에이전트 기반 디지털 화폐 자동결제 시스템' 모의 실험을 진행했다고 1일 밝혔다.

한국은행은 'AI 비서' 모의 실험에서 한 유튜버가 AI 비서에게 '20대가 관심있는 트렌드 콘텐츠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을 상정했다. 요청을 받은 AI 비서는 직접 콘텐츠 주제를 선정해 필요한 사진과 영상, 음원을 선택한 뒤 유료 결제까지 마쳤다고 한다. 거래는 구매자의 판매지갑에 있는 예금 토큰을 판매자의 지갑으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공지능(AI) 비서가 고객의 요청에 따라 영상 제작에 필요한 콘텐츠를 수집한 뒤 가상 디지털화폐 결제플랫폼 원(wone)에서 결제하는 모습. /한국은행 제공

이번 모의 실험은 한은의 디지털화폐 실거래 테스트 '프로젝트 한강'의 2단계다. 작년에 진행된 1단계에서는 한은이 시중은행과 손잡고 국민 10만명의 예금을 디지털 화폐인 '예금 토큰'으로 바꿔 편의점과 카페, 서점, 마트 등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당시 테스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예금 총 16억4000만원어치를 예금 토큰으로 바꿨고, 이 중 6억9000만원(42.1%)을 실제 거래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테스트 기간 동안 지갑 개설과 예금 토큰으로의 전환, 상품·서비스 구매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결제 속도도 2초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AI 비서' 모의 실험은 사람뿐 아니라 AI도 디지털 화폐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한은 관계자는 "관련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모의 실험을 했고 현시점에서 상용화는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런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비밀번호나 인증 수단 등 접근 매체의 양도를 금지하고 있다. AI가 사용자 대신 결제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해 논쟁이 있다.

한편 한은이 디지털화폐 실거래 테스트 '프로젝트 한강'을 진행하는 것은 동전, 지폐 등 법정 화폐사용이 줄면서 이를 대신할 디지털 화폐 보급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중국 등은 자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CBDC)를 활발히 개발 중이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 한국은행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