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의 소득 증가가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자산 축적이나 저축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 국면에서도 체감 소비가 크게 늘지 않는 배경에는 이러한 소득 흐름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부문별 성장차별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약 736만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 폭은 다른 분위와 비교하면 최대 15배(1분위 47만원), 최소 3배(4분위 242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의 소비 성향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소득이 1원 늘어날 때 소비가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나타내는 한계소비성향(MPC)을 추정한 결과, 지난 2023년 기준 고소득층(4~5분위)의 소비성향은 0.07에 불과했다. 소득이 100원 늘어날 때 소비는 7원 증가하는 데 그친다는 의미다. 반면 중소득층(3분위)의 소비성향은 0.17, 저소득층(1~2분위)은 0.19로 더 높게 나타났다.
한은은 이러한 흐름이 경제 전반의 소비 확대를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고, 총수요 확대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지금처럼 소득 증가가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이들이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을 경우, 전체 경제의 소비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소비 증가를 통한 물가 상승 흐름도 과거보다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근원물가 상승률과 국내총생산(GDP) 갭률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경기와 물가 간 양(+)의 상관관계는 2021~2022년에는 뚜렷했으나 2023~2025년에는 상당히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GDP갭은 실제 GDP에서 잠재 GDP를 뺀 것으로, 이 수치가 클수록 경제가 정상 수준보다 과열돼 있음을 의미한다. 통상 경제가 과열되면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지만, 소득 증가가 고소득층에 집중될 경우 전체 소비가 크게 늘지 않아 GDP갭과 물가 간 관계 역시 약화될 수 있다.
한은은 "올해 경기 회복으로 수요 측 요인이 다소 확대될 가능성은 있으나, 부문 간 성장 차별화는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